금융권 “나, 떨고 있니?”…美 금리 인하에 수익성 우려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0-03-04 13:37 수정일 2020-07-02 18:53 발행일 2020-03-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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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봉 두드리는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금융권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한국은행)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국내 금융권 수익성도 떨어지게 생겼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연 1~1.25%로 0.5%포인트 낮췄다. 오는 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서 기습적으로 나섰다. 0.5%포인트 내린 인하폭 또한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다. 그동안 0.25%포인트씩 낮춰왔다. 그만큼 연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한국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더 낮출 여력이 있어서다.

국내 금융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지난주만 해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 만에 사정이 급변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은행의 이자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국내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지난해보다) 0.11~0.12% 떨어질 것 같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상당한 데다 시장금리는 약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평균 0.09% 내릴 것으로 가정해왔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굴리는 자산 단위당 이익률이다. 수익성을 평가하는 데 쓰인다. 대손비용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대손비용은 대출금 같은 매출 채권 가운데 회수할 수 없게 된 금액을 뜻한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얼어붙자 경기 침체 위기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환경에서 보험회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떨어졌다. 지난해 대형 보험회사들이 적자를 내거나 흑자더라도 반 토막 난 곳이 허다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러스 확산세가 앞으로 금융시장 가격 변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