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바이러스보다 혐오표현 확산이 더 문제다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0-02-28 10:09 수정일 2020-02-28 10:41 발행일 2020-02-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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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기관리 전문펌 스트래티지샐러드(부장)

# 대구 코로나19, ‘우한폐렴’ 00번째 확진자 발생… (인터넷매체)

# “완전 고담시 같아요…” 대구시민이 직접 말하는 코로나19…(소셜동영상미디어) 

# “X신천지 사람들 무슨생각일까요”(커뮤니티 게시물)

지난 주말 인터넷 뉴스와 SNS에서 심심치 않게 접한 게시물이다. ‘대구 코로나’, ‘우한폐렴’, ‘고담시’, ‘X신천지’. 모두 혐오표현이다. 공포가 확산되면서 질병 발생이 급증한 지역, 특정 종교 혐오로 이어진 것이다. 일부 언론과 시민들이 나서서 혐오 표현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사회적으로 퍼진 혐오는 쉽사리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뿐인가. 코로나19 관련 기사 댓글에는 ‘중국인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 기숙사에서 중국인을 격리하고 식당도 따로 써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실제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퇴직 압박을 하거나, 등교를 제한하는 등 노골적 혐오와 차별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파리에서는 교민들이 이웃 주민이 뱉은 침에 맞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독일에서는 유명 여배우가 중국인 여성 세입자와의 임대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뉴욕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아시아계 여성이 지하철역에서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편견이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급기야 제도적 불이익과 폭력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바이러스보다 특정 지방과 국가, 그리고 인종에 대한 혐오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기에 공포감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공포에 잠식돼 혐오가 만연한다면 오히려 사회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혐오받는 집단으로 분류된 감염자는 낙인이 두려워 자신의 증상을 숨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초동 대처가 늦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나아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혐오를 선동함으로써 폭력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위험하다. 

그렇다면 위기경보 ‘심각’ 단계라는 중대 국면에 접어든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일까. 해외 사례에서 본 것처럼 특정 국가와 지방을 향한 혐오는 아닐 것이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서로에 대한 차별을 내려놓고 연대해 바이러스를 이겨내야 한다. WHO 권고에 따라 손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문제가 막 대두되던 지난 1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언론, 시민단체는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발표했다. ‘재난, 전염병 등이 발생했을 때 혐오표현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권의 측면에서 더욱 면밀히 살피고 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추측이나 과장,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을 지양할 것을 강조했다.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혐오표현이 자주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중립적이고도 사실 및 정보 중심의 보도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