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中 감기에 몸살 앓는 한국경제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20-02-23 14:38 수정일 2020-02-23 16:06 발행일 2020-0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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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안토니오 쿠테헤스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대규모 국제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글로벌 생산의 6분의 1을 담당하는 ‘세계의 공장’이다. 중간재 공급 사슬의 중심이다.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글로벌 공급망이 당분간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주요국 가운데 한국이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받는다. 중국의 중간재 수출에서 우리나라는 6.5% 비중으로 미국(7.0%) 다음으로 크다. 중국과 중간재 공급 사슬이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최근의 현대자동차 임시 조업 중단 사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자료도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중국의 산업별 수출 비중을 보면 컴퓨터·전자 28%, 전기장비 27%, 섬유의류 40%, 가구안전 26%로 정보통신, 섬유, 전자전기 부문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은 6%대 성장을 의미하는 ‘바오류(保六) 시대’가 끝나고 5%대 성장의 ‘바오우(保五) 시대’가 불가피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8%에서 5.2%로 하향조정했다. 최악의 경우 4%까지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골드먼삭스는 5.2%, UBS는 5.4% 수정치를 발표했다.

중국의 ‘정보통신(IT) 굴기’가 직격탄을 맞았다. 우한과 후베이성에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차이나스타, CATL 같은 대규모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있다. GM, 혼다, 르노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공장이 소재하고 있다.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도체 굴기 전략이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우리 수출 비중이 25%나 되는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성장률이 1% 하락하면 우리나라는 0.5% 내외로 성장률이 하락한다. 정부가 제시한 2.4% 성장률 달성이 녹록지 않다. 무디스는 2.1%에서 1.9%로 전망치를 낮추었다. 노무라증권은 2.0%에서 1.8%로 낮추었다. 상황에 따라 0.5%까지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5%로 1% 포인트 하향조정했다.

1월 수출이 6.1% 줄어들어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작년 외국인 직접투자가 2018년 대비 13.3% 감소했다. 2012년 이후 6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공장 등 그린필드형 투자는 20.5%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금년 2.5%, 내년 2.4%로 전망했다. 최근 2년간 잠재성장률 감소 폭이 우리보다 더 큰 회원국은 아일랜드와 터키뿐이다.

경제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운용도 세수 감소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11월까지 통합 재정수지는 7조 9000억원 적자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 경제가 재채기할 때마다 한국이 가장 먼저 감기 걸린다”며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시급히 중국에 대한 과다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친시장·친기업 정책을 통해 기업인의 사기를 진작하고 기업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명령경제’의 망령에서 벗어나 친시장 정책 기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