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면접장을 들어서는 당신에게

김시래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정보경영학박사
입력일 2020-02-16 14:14 수정일 2020-02-16 14:19 발행일 2020-0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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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김시래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정보경영학박사

움츠리고 자신 없는 표정은 금물이다.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다는 전투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깨를 펴고 빠른 걸음으로 입장해라. 환하고 밝은 표정이 필요하다. 말이 빠른 달변가는 위험하다. 건방지거나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춰진다. 조직에 치명적인 결격자로 보인다. 조직은 전체의 성과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더듬거리더라도 진중하고 힘있는 말투로 진정성을 보여야한다. 웅변조의 장광설을 금물이다. 답변은 삼십초안에 끝낸다고 생각하라. 짧은 시간내에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능력이다. 말의 높낮이와 호흡을 이용해서 리듬감을 주면 차분하고 설득적인 말투가 된다. 강조하고 싶은 말 앞에서 잠시 쉬어라. 한 박자 호흡을 멈추면 상대의 집중력은 몇 배로 늘어난다. 

가늘고 약한 목소리는 굵고 단단한 발성으로 노력해서 만들어라. 시선은 면접관의 입과 목 사이 정도가 좋다. 다른 사람이 답변하고 있는 경우라도 시선을 내리깔거나 두리번거리는 것은 금물이다. 답변을 실수했다고 실망해서 찡그리거나 초조해하지 말아야 한다. 속단은 금물, 사람을 보는 시각은 모두 다르다. 스스로 답변이 어눌했다고 자책하지만 어떤 평가자는 오히려 진득해서 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럴수록 면접장을 나갈 때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인사하고 걸어 나가라. 면접을 잘 본 경쟁자가 다른 회사로 가버려 그 자리에 앉는 경우도 있다. 비지니스 세상의 관계가 그렇듯이 면접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하나 더 중요한 요령을 전한다. 면접은 누구에게나 긴장된 순간이다. 긴장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주는 심적 부담감이다. 만약 면접원의 질문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긴장없이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잘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할까? 가능하다. 면접원의 질문지를 빼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라. 그들의 질문은 정해져 있다. 
크게 보면 두 종류다. 하나는 업무 처리 능력에 관한 것이다. 기업이나 자신의 직무에 대한 열정이나 준비 과정, 이해도 등에 대한 질문이다. 대기업의 경우라면 주로 팀장급들이 주관하는 실무 면접에서 다루는 질문이다. 또 하나는 인성에 대한 측정과 평가다. 친화력이나 조직 적응력, 삶에 대한 태도를 물어 조직원의 자질과 적응력, 미래의 잠재력을 살핀다. 주로 임원이나 대표면접에서 이루어진다. 이 두 종류의 질문외에 다른 것이 있는가? 없다. 
자, 면접장에서 긴장을 풀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전한다. 두 가지 범주에 대한 예상 질문서를 작성해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의 종류, 전문성을 체크하기 위해 지원 동기나 준비 과정을 물어보면 지원한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그동안 노력한 과정을 들려주면 된다. 두 번째 인성을 검증하기 위해 영향받은 사람이나 여가 활동을 물어보면 자신의 인문적 취향이나 실제 경험을 들려주면 된다. 각 각 세 가지 정도의 단골 질문을 골라 자기만의 스토리가 담긴 답변서를 준비하면 된다. 
똑 같은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당황할 이유는 없다. 평소의 꿈과 로또에 당첨될 경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알고 보면 같은 질문이다. 후자가 좀 더 순발력을 요구하는 것일 뿐 같은 내용으로 답변이 가능하다. 또 같은 질문이라도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답변이 가능하다. 광고부서를 지원한 당신에게 언론 관리를 해야 하는 홍보 부서로 가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은 당신의 전문성을 묻는 것 같지만 지원한 이유가 부서인지 기업인지에 대한 체크일수도 있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삶의 태도를 평가하는 질문일수도 있다.  그러니 준비된 답이 면접관의 질문에 꼭 맞는 대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평소 생각이고 소신이 드러난다면 오히려 신선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직무 전문성과 인성 능력을 합해서 답변해도 좋다. 
예를 들어보자. 해외 주재원을 뽑는 자리에 대학시절 해외 여행 경험담을 묻는다면 업무 처리 능력에 대한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고 일반 부서직의 지원자에게 물었다면 취향이나 세계관을 체크하기 위한 질문이다. 이 때 당신이 만약 해외에서 거주했던 사람이라면 둘을 섞어 대답할 수 있겠다. 실제로 외국에 살면서 얻은 어떤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을 자신이 지원한 부서의 직무 특성에 연결시켜 보라는 뜻이다. 미리 준비한 답변은 가식적으로 보일 것이란 우려를 전하는 사람도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답변서를 준비하며 읽고 고치며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정리하는 내면화의 과정을 겪을 것이다. 임기응변의 답변보다 진실에 가까워진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자신의 잠재력이 원 없이 드러나는 것도 바로 이 순간 때문이다. 적어도 지원할 회사를 검색하는 만큼 자기 자신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김시래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정보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