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바이러스와 드론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입력일 2020-02-10 14:15 수정일 2020-02-10 14:16 발행일 2020-0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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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중국 우한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감염자와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문명의 발달로 더욱 진화되고 변형된 형태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상황인데 새로운 치료법이 빠른 시간 내에 발견되기를 희망해본다.

2017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킹스맨 골든 써클’을 보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의 무리들이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퍼트리고 자신들만 백신을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정의로운 주인공들에 의하여 악의 무리는 처리되고 백신을 배송하기 위한 가방을 찾아서 비밀번호를 풀어 동시에 전 세계에 백신을 배송해서 인류를 구한다는 가상의 영화이다. 많은 장면이 등장하지만 필자가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마지막에 백신을 전 세계 방방곡곡에 배송하는 드론이었다.

지금 중국에서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몰한 지역에서 주민들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계도를 하고, 외출을 해도 꼭 마스크를 쓰고 나오라고 방송을 하는 데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엑시트’에서도 주인공이 독가스 위험지역을 빠져나오도록 드론이 길을 안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세계 각지의 재난 현장에 드론을 배치하는 사업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와 제휴를 맺고 재난 발생 시 생존자 수색과 구호물자 전달 등에 사용할 드론들을 배치하는 사업을 돕기로 했다.

이들 드론은 우선적으로 작년 대형 사이클론에 의한 홍수로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아프리카의 모잠비크에 투입되었다. 드론을 통해 침수 위험 지역을 평가하고 주민의 대피 여부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와 같이 드론이 촬영의 영역을 넘어서 이제는 재난지역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을 하고 있다. 드론이 군사용으로 사용되면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쉽게 변형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드론을 활용해서 재난재해지역에 물품 배송, 긴급 구호활동과 오지 및 산간지역에 환자용 혈액을 배송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드론의 기본적인 기능과 역할을 이제는 무시하지 말고 특화된 임무에 적합한 드론을 연구 개발하는 분야에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제부터라도 드론에 대한 중요성과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분야별로 적시적소에 활용이 가능한 드론의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아직도 드론은 국내에서 다양한 규제에 막혀 제대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경찰청은 올해 실종자 수색드론을 공식적인 경찰 장비로 정해 조달청을 통해 구매 완료하고, 그 장비를 잘 활용하기 위한 전문 인력인 정규직 공무원을 뽑고 있다. 경찰청의 이런 드론에 대한 인식을 다른 부처로 빠르게 벤치마킹해 각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드론 장비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최적화된 장비의 연구와 구매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수많은 과학자에 의하여 빠른 시간 안에 개발될 것이다. 이제는 그 백신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권희춘 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