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 후 꼰대로 살지 않으려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0-02-05 14:17 수정일 2020-02-05 14:17 발행일 2020-0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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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최근 꼰대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의 화두다. 영국의 BBC방송에도 소개되었다. 꼰대는 원래 ‘늙은이’ 또는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로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생각이나 행동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으로 변경된 속어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자칫 꼰대로 취급당할까 봐 은퇴자로선 언행에 꽤 신경이 쓰인다. 어떤 유형의 은퇴자들이 꼰대가 될 가능성이 많은 걸까?

첫째, 시간이 과거에 멈춘 사람이다. 세상은 변하는데 여전히 은퇴 전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말마다 “내가 왕년에, 옛날에”로 시작하여 미래의 꿈이나 비전에 관한 얘기보다 잡다한 무용담 등 과거 얘기만 떠벌린다. 퇴직한 직장 상사 중 그런 경우가 많다. 한두 번이야 이해하겠지만 더는 괴롭다. 물이 흘러가지 않고 고이면 썩는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멈추는 순간 삶의 성장도 정지된다. 새로운 환경과 다양한 사람을 만나 미래를 논하라. 과거는 잊고 인생 2막을 펼쳐라!

둘째, 입력보다 출력이 많다. 나이 들면 고집이 많아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 습득에도 게을리한다.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대방이 듣든 말든 자기 말만 쏟아낸다. 지겨운 잔소리를 충고랍시고 반복한다. 사사건건 참견이나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경청과 공감이 최고의 대화법이며, 평생 학습은 꼰대를 방지하는 예방책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귀는 활짝 열고, 입을 다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왕에 지갑까지 열면 멋쟁이가 된다.

셋째, 자기 자신에 갇혀 있다. 자신의 잣대로만 세상을 판단하니 자기의 생각은 항상 맞고 상대의 생각은 당연히 틀릴 수밖에 없다. 남도 잘 믿지 못한다. 환경이나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을 보지 못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기중심의 세계관에 빠져, 남을 이해하는 일에는 인색하고, 자신에겐 너그럽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주제와 무관한 주장으로 분위기를 종종 망친다. 공감 능력이 매우 부족하고, 자기 자랑도 심해 왕따 되기에 십상이다.

마지막으로는 권위 의식에 젖어 있는 사람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가부장제와 서열의 조직 문화에 익숙하여 권위 의식이 특히 강하다. 초면에도 나이나 직책 등 호구조사가 먼저다. 나이가 많으면 반말이나 윗사람 행세를 하려 한다. 대접받기를 당연시하는 나이의 권력을 탐한다. ‘내가 누군데, 어딜 감히, 내가 그걸 왜?’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변신은 어렵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인생 2막이 열린다. 은퇴자에겐 가장 힘든 일이지만 단시일에 꼭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은퇴자들이 왜 꼰대가 될 가능성이 클까? 오랜 기간 축적된 아집과 편견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나이나 경험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굳어져 있다. 항상 옳다는 신념으로 살아온지라 깨기는 정말 어렵다. 카프카는 “책이란 무릇 우리 안의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라고 했다. 늘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만 사고가 유연해진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도 많다. 타인의 생각이 자신과 맞지 않더라도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고 스스로 반문한다. “그래 세상이 변했어, 나도 바뀌어야지”라는 열린 마음과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시로 자신을 엄격하게 성찰하는 자기 혁신을 생활화해야 꼰대를 면할 수 있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