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자영업이야기] 자영업시장 연착륙 시급하다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20-01-22 07:00 수정일 2020-01-29 13:08 발행일 2020-01-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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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세종특별자치시 보람동. 시청사 건너 대형 상가 건물들을 아파트단지들이 빼곡이 둘러싸고 있다. 시청 상주 인원과 민원인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황금입지로 보인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판이하다. A급 입지 1층 콩나물국밥 식당부터 문을 닫았다. 황급히 폐업을 단행했는지, 임대 안내문 한 장 없이 내부에 집기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3층 중식당에서 요리 하나를 시켰다. 100㎡가 넘는 식당에서 테이블 3군데, 손님 6명이 점심 식사 중이다. 객단가 1만원이 채 안되는 식당이다. 점심 식사후 상가의 업종을 살펴봤다. 고깃집 일색이다. 고깃집들은 경쟁적으로 돼지갈비 1만5000원 안팎 ‘무한리필’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대형 상가 4개 건물 중 커피점은 고작 두 곳이다. 고깃집이 많을수록 점포 분양가 및 임대료가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점포 시세에 따라 업종이 분포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기 마련이고, 무한리필과 같은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곳 상가를 포함해 세종시 상가공실률이 32%에 달한다며 한 시의원이 대책을 강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7년 이후 준공된 상가는 공실률이 무려 60%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보람동 상가의 현실은 이런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책이 있을 리 없다. 일자리 부족, 자영업자 과포화, 온라인 쇼핑과 1인 가구의 급팽창, 부동산불패 의식, 허술한 가계부채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인 까닭이다.

세종시는 우리나라 자영업시장의 총체적 모순과 미래를 한데 모아놓은 전시장과 같은 곳이란 느낌이다. 하지만 사정은 서울·수도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금상권으로 불리던 곳에 ‘권리금 0원’의 현수막이 군데군데 나부끼고 있다. 3∼4년의 짧은 영화를 누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경리단길’ 상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리단길은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흥망성쇠 과정과 대동소이한 길을 걸었다. 젊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셰프,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열정을 바쳐 맛집과 개성있는 가게를 꾸몄고, 비슷한 부류의 가게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같은 또래의 손님들을 삽시간에 끌어모았다.

손님이 북적대는 모습을 지켜본 건물주인이 이를 지나칠 리 없다. 경리단길 한 초밥집은 5년 사이 임대료가 월 7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급등했다. 임대료가 급등하면 그걸 견딜 수 있는 업종만 상권을 가득 채우게 된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나 경리단길 상권에서 젊은 점주들이 서둘러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간 이유다. 강북의 삼청동, 관철동 등 서울 곳곳의 황금상권들이 이제는 힘을 잃었다. 특정상권만의 문제도 아니다. 자영업이 무너지면서 중산층도 얄팍해지고 있다. 연착륙이 시급한 시점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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