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포용과 협치만 빠진 대통령 기자회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0-01-15 13:10 수정일 2020-01-15 13:12 발행일 2020-0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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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포용과 협치만 없었다. 신년사에 이어 청와대 출입 내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한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있었다. 대통령의 신년 국정에 대한 구상뿐 아니라 최근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대통령의 신년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각 정부 부처별로 이미 올해 목표를 정해 두고 있지만 대통령의 신년 구상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말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가 언급되자 부리나케 부처 운영에 반영한 교육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이 전체주의나 독재국가는 아니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눈치를 보게 된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이므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선거판에 뛰어든 후보들조차 깊은 관심을 보이게 된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수준급이다. 기자 회견이 각본에 짜인 대로 진행되었다면 식상했을 법했다. 질문 순서부터 질문 내용까지 전혀 계획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정된 시간을 18분이나 넘겨서야 간신히 끝날 수 있었다. 올해 들어 대통령의 소통은 풍성해졌다. 신년사를 한데 이어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지난해 12월의 ‘국민과의 대화’까지 포함하면 두 달 만에 3번이나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형식이다. 대통령이 진행자가 되어 자유롭게 진행하는 형식은 대통령의 소통 진정성을 돋보이게 했다. 역대 대통령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보기 힘든 모습이다. 많은 기자들이 앞 다투어 질문을 시도했고 예정된 사람이 아닌 대통령의 지목에 따라 질문 기회가 돌아갔다.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합격점이다.

다음은 내용이다. 대북, 외교, 경제, 부동산, 검찰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현안 관련 대부분의 내용이 다루어졌다.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들을 대신한 궁금증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비관적이기 보다는 낙관적으로 본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굳건한 안보 협력 속에서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이다처럼 후련하게 모두 해소되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은 성의를 다했다. 그런데 검찰과 조국 전 장관 관련 답변에 대해서 그리고 야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달랐다. 국민들은 현 정부 들어 여론이 두 동강 나버린 현실에 개탄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시원한 답변을 듣기는 어려웠다.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어느새 이념으로 양분되어 있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일 실시한 조사(전국502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4.4%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물어본 결과 긍정 평가 43.5%, 부정 평가 47%로 나타났다. 이념에 따라 정반대로 엇갈렸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아무리 수준 높고 구체적이더라도 국민을 통합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대통령의 책임은 지워지지 않는다. 야당과의 협치 중요성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퍽이나 괜찮았던 기자회견이라 더 아쉽다. 모든 것이 좋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용’과 ‘협치’만 빠진 기자회견이었다. 다음 소통은 ‘포용’과 ‘협치’만 담으면 어떨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