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인생이막' 로컬 비즈니스

김시래 동국대학교 겸임교수,정보경영학박사
입력일 2020-01-12 14:24 수정일 2020-01-12 14:26 발행일 2020-01-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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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동국대학교 겸임교수,정보경영학박사

김창옥(63)선배는 교수직을 마치고 전라도 구례에 집을 짓고 감나무 밭을 경작한다. 원래 곡성이 고향인데 구례의 기후와 토양이 좋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작년에 첫 해농사를 수확했는데 신통치 않았다. 비료를 치지 않으니 감나무의 열매가 실 할 리 없다. 그러나 공기 좋고 물 맑은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일궈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골 생활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사와 함께 의미와 재미를 함께 찾을만한 또 다른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그런 그의 고민을 지리산 인근의 지인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긴밀하고 요긴한 창구다. 그는 출판업 대표의 이력과 경험을 살려 지역 정보와 소식을 담은 인쇄물을 통해 지역주민도 돕고 약간의 부수입도 챙기는 아이디어를 구상중이다.

노승현(46)대표는 중학생때 아버지를 갑작스레 여의었다. 아버지가 남긴 빛을 갚느라 형과 함께 가장이 되었다. 처음엔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20년전쯤부터 소믈리에로 와인 사업과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동안 소매 유통과 레스토랑 운영을 겸하며 이론과 실제를 몸으로 겪으며 와인 사업을 이어왔다. 지금은 서울 강남과 제주도 노형동에 레스토랑과 대형도매상을 겸하고 있다. 그는 롯데나 신세계등 대형유통점에 없는 브랜드도 취급할만큼 성장했다. 한 병에 수 천만원하는 로마네 꽁띠(Romanegonti)의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단지 그 와인을 먹어 본 사람과 안 먹어본 사람만이 있을 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먹어본 사람의 허영섞인 자부심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런 시대는 갔으니 합리적인 가격의 내츄럴 와인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그는 풍미가 좋고 가격은 합리적인 와인을 대량으로 들여올 판로를 뚫고 있다. 그는 예전처럼 비행기를 타고 직접 날아가서 도매상을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문자로 협의해서 결정하고 계약서도 받는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더 분명하고 더 빠르다고 말했다. 전라도 구례와 제주도 노형동에서 인생이모작을 펼쳐가는 두 사람은 이런 저런 이유로 스마트폰을 달고 산다.

해가 바뀌면 올해의 트렌드라며 수많은 예측을 담은 책들이 쏟아진다. 하마트면 열심히 일할 뻔했으니 이만 좀 쉬겠다고 선언한 밀레니얼 세대의 이야기나 인생백세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뉴 씩쓰티(New60’)의 등장도 그 주류다. 그러나 해가 바뀐다고 사람들의 마음이 뚜렸하게 그 윤곽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랑비에 옷이 젖 듯 시간과 장소의 경계를 무시하고 소리없이 대중의 마음속에 또아리를 튼다.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트렌드는 양면적이다. 디지털 환경도 그렇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라지만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불안함도 도사린다. 문명의 발전은 명과 암을 동시에 품는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구례에 정착한 선배와 제주의 젊은 사업가는 의미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도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로컬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키워 시대의 중심에 서려는 노력이었다. 그들이 고도성장이 가져온 과밀화의 때를 벗어내고 새로운 일과 삶의 가능성을 찾기 바란다. 연대하고 협력하는 건강한 개인주의자들이 활발하게 기지개를 켜는 경자년(庚子年)을 소망한다.

김시래 동국대학교 겸임교수,정보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