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유 해브’ 된 유튜브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입력일 2020-01-13 14:44 수정일 2020-01-13 14:50 발행일 2020-0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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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2005년 페이팔 출신의 세 젊은이가 유튜브를 처음 공개했다. 마음에 드는 동영상이나 좋은 정보를 공유하라는, 참 순수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6년에 거대자본 구글이 사들이고 나서는 온갖 사회관계망을 헤집고 다니는 비즈니스 모델로 급속히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 몇 몇 유튜브 스타들이 떼돈을 벌고 벼락 이름도 얻는 모습을 생경하게 본다. 인터넷도 원래는 대학 학자들이 논문과 자료를 공유하려 만든 내부 학술연결망이었으니, 온갖 장터와 정치판이 된 지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유튜브 근간의 내용들 중에는 누구는 특정상품을 파는데 도움이 되거나, 특정인의 영화를 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등 ‘미필적 탐욕’이 담긴 상업용 콘텐츠로 더 많이 확산되고 있다. 한마디로 유튜브(you tube)가 유 해브(you have)로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 유 튜브에 들어오면 상당수는 서로 선한 문화를 공감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오늘을 기쁘게 사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남 앞에 공연히 나서고 싶은 사람, 매일 뜨겁게 주목받고 싶은 사람, 또 떼돈이 필요한 사람도 매일 내심을 감추고 나오는 ‘난장’의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요즘 시중에 인기 좀 있다는 정치논객들 간에도 소위 ‘관심주도권 다툼’을 치열하게 본다. 말로는 하나가 되자고 하면서도 새로운 정당이 수도 없이 나올 기세다.

서울 부동산 시세를 놓고 매일 정부 고위당국자가 결기어린 장황한 대책을 설명한다. 설명이 길고 사연이 길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정치의 결기로 다스리는 게 돈의 세계라면, 이미 우리 정도의 민주화 국가라면 개인자본은 민주화되어야 하지만 그 결과는 반대로 치닫는다. 보유세로 손을 대려 하지만, 스웨덴을 위시한 선발 복지국가들이 상속세 증여세 부자세 재산세를 다 없앤 현실을 보면 복지사회의 유지부담이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를 이미 짐작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 공산당정부가 연간 6% 성장률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저성장사회의 후유증, 즉 계층 갈등과 권력의 부패와 시장의 병폐를 잘 요리하고 잘 막아낼 가능성은 한마디로 ‘제로’다. 이미 중국사회가 지나칠 정도로 디지털 상거래 세상으로 국민들이 각개 약진해 들어간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요즘 기왕의 업보(?)가 적지 않은 기존 언론들이 새로운 역할과 갈 길을 찾기 어려운 형국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라고 규정하며 차제에 확 밀어내려는 다른 쪽의 의도도 본다. 그러나 국가나 인류, 심지어 우주의 영원한 질서나 안온(calmness)을 위해 공론(public opinion)의 감시와 계몽은 지속되어야 한다. 개인 또는 이익집단, 일정한 이념이나 특정한 취향 공동체가 이 투명하고 큰 담론을 결단코 다루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그들의 유 해브(you have)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정론과 개론과 담론을 제시하는 양식 있는 지성의 게이퍼 키퍼(gate keeper)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세상의 진정한 가치와 민심의 중심에 서서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고 진상을 들여다보고, 인류의 미래 양심으로 정갈하게 쓰고 말해 주는 세상의 거울과 가슴 속의 목탁이 그래서 더 그립다.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