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자영업이야기] 권리금 0원 시대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20-01-08 07:00 수정일 2020-01-29 13:14 발행일 2020-01-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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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국내 최대 경제지인 H신문은 최근 서울 명동에서 권리금 0원으로 가게를 양도한 사례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이 가장 비싼 서울 명동에서 3억원의 권리금을 내고 식당을 개업한 주인이 권리금을 한푼도 못받고 가게를 양도했다는 것이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 상권은 국내 자영업 시장을 상징하는 메카다. 이런 곳에서 수억원의 권리금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가 수요가 한계점에 달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또한 상가 공급자(점포 임대인)의 비교우위도 끝나감을 시사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50년 가까이 이어져온 공급자 우위가 상가 부문에서 깨진 것을 시작으로 주택, 오피스로 확산될 지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700만채에 달하는 다주택자들의 잠재적 매물을 소화해 줄 수요층이 양산되기 불가능한 경제구조가 2020년대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영업 시장의 추락 조짐은 갖가지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2013년 579만여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2019년 566만여명으로 줄었다. 임금 근로자를 합친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에서 24.8%로 떨어졌다. 하지만 15% 안팎인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아직도 10% 포인트 정도 높다. 더 줄어야 한다는 얘기다. ‘날개 없는 추락’이 2020년대가 끝나가는 시점까지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이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더불어 한국경제가 처한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소득주도성장의 기조 아래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종업원을 내보내고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나홀로 사장’이 자영업 시장의 대세가 됐다. 이들의 가구당 월평균 사업소득은 2018년 92만6000원에서 2019년 88만원으로 4.9% 떨어졌다. 2년간 30% 가까이 치솟은 최저임금과 대조적이다. 버는 게 신통치 않으니 자연 빚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따라 자영업자 가구의 지난해 평균 부채는 1억1063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 9051만원에 비하면 5년새 22.2% 빚이 증가했다.

인구 구조 변화는 자영업 시장에 더욱 치명적이다. 소비지출 규모가 큰 청장년 인구는 줄고 고정 소득이 없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2025년 시작된다. 2018년만해도 25만건을 넘던 혼인 건수가 2025년에는 20만건 정도로 줄어든다는 게 대학 연구기관의 추산이다. 이렇게 되면 출산율만 감소하는 게 아니다. 가전, 가구, 자동차 등 내구 소비재도 팔리지 않는다. 2025년이 되면 1인 가구는 32%에 달해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육박할 것이란 게 민간 연구소의 예측이다. 의식주 전반에 걸쳐 축소지향의 사회 구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를 감안하면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맹목적으로 자영업 시장에 유입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권리금 0원’ 시대는 자영업 몰락의 전주곡인 까닭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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