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를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0-01-01 13:18 수정일 2020-01-01 13:19 발행일 2020-01-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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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은퇴한 그들은 과연 어떻게 지낼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표한 ‘중년 퇴직 후 라이프 스타일’에 따르면 퇴직자들의 행복지수는 퇴직 직후 급락한다고 한다. 적응기를 거치며 서서히 회복하나 퇴직 전보다 여전히 낮다고 한다. 상실감이 워낙 크고, 가족관계 등 퇴직 이후의 삶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첫째, 분수에 맞게 생활한다. 자신의 재무상황을 파악해 능력에 맞게 살림살이를 줄여야 한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의 최고 대응책은 절약이다. 분수에 넘치는 자녀 교육비와 결혼 비용은 노후 빈곤의 주범이다. 자녀보다 자신의 노후가 우선이며, 자녀들에겐 제대로 된 경제교육과 자립정신을 함양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건강하면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건강이 돈 버는 것이니 건강관리가 최우선이다.

둘째, 과거의 영광을 잊자. 은퇴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통과의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봄옷으로 갈아입는다. 마땅히 벗어야 할 옷에 미련을 두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다. 물이 흘러가지 않고 고이면 썩는다. 아쉽지만 은퇴를 인정해야 새 출발이 가능하다. 과거의 기득권만 고집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변화에 주저하면 새로운 기회는 오지 않는다. 인생 2막은 현역 시절 갑옷을 벗고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오는 마음 내려놓기에서 시작한다.

셋째,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철부지였던 나를 채용하여 이렇게 키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간 도와주고 가르쳐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수명이 길어져 한 번 더 살아보라는 인생 2막의 기회까지 주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런 행운은 없었다. 어찌 감사할 일이 아닌가.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 모른다. 그간 근무했던 조직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인생 2막을 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재미있게 산다. 경성대 김성진 교수의 저서 ‘재미의 본질’에 따르면 행복해도 재미없을 수 있지만, 재미가 있으면 행복은 절로 따라온다고 한다. 일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를 만들어 꾸준히 실천해보자. 평소 관심을 가졌던 기호 물품을 수집하거나 동식물을 키워본다. 궁금한 것을 배워보거나 공예품을 만들어보고 직접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다. 나이 들어서는 머리를 쓰는 것보다 두 손으로 하는 만들기가 좋다. 특히 그림, 글쓰기, 악기 연주 등 예술 분야나 만들기를 권장한다. 요리는 향후 싱글 시대에 요긴하고, 가족 화합엔 으뜸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활용은 고령화 시대의 생존과 직결되니 필수이다.

인생 2막은 하던 일을 그만두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에 전념하면 재미가 있다. 재미가 있으면 정신 건강도 좋고, 자신감도 생긴다. 3~5년 정도 몰입하면 전문가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 이를 수입이나 평생의 일로 연계하거나, 재능기부 등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 금상첨화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