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한밤중 '스텔스카'의 위협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0-01-02 14:22 수정일 2020-01-02 14:23 발행일 2020-0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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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지난해 자동차 업계는 이슈가 넘친 한 해였다. 전기차의 확산으로 내연기관차 중심의 자동차 업계의 고민은 깊어졌으며, ‘타다’ 등 모빌리티 쉐어링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일명 ‘민식이 법’ 등은 물론 ‘제2의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음주운전 강화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올해 가장 눈길이 가는 과제는 국내 운전면허 제도다. 단 13시간의 운전으로 면허를 내주는 선진국 중 가장 낙후되고 후진적인 제도다. 이로 인해 많은 교통사고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야간 길거리에서 모든 등화를 끄고 다니는 ‘스텔스 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다니는 것일까. 현장에서 일부 실태 파악을 해보니 놀랍게도 특별한 원인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 기기 조작 미비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보 운전자가 저녁 때가 돼도 운전석 스위치 조작이 서툴러 등화장치를 작동시키는 방법을 모르고 그냥 운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운전 실태가 얼마나 위중한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짧은 교육으로 운전면허를 내주는 우리의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면허제도는 이웃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중국과 일본 모두 50~60여 시간의 운전교육을 진행하는 등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운전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8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간담회에서 언급한 면허 간소화 이후 50여 시간의 교육이 단 11시간으로 축소됐다가 이후 2시간 늘린 것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보운전자가 일으키는 사고는 한두 건이 아니다. 사망자까지 종종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다. 비상조치 방법과 2차 사고 예방 등도 배울 기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허제도를 강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도하게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치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살인 면허증’을 교부하는 것은 징계감이다. 운전자들도 면허증을 자격증 이상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자신만 편하면 그만인 것이다.

운전면허 문제는 규제개혁 요소가 아니라 더욱 강화해야 하는 기본 요소다. 호주는 2년, 독일은 3년을 쏟아야 정식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지금도 약 5000명의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해 중국 면허로 돌려받고 있다. 우리 면허를 취득하면 중국의 경우 필기시험만 보면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수년 전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면허제도 강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을 정도다. 창피한 수준을 넘어 국격의 급격한 하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다수의 중국인들이 단기 비자로 들어와 면허를 취득해가는 관계로 현지에서 우리나라 면허를 인정해주지 않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적 망신이다.

얼마 전 국제 면허증을 일반 면허증에 표기해 해외에서의 운전에 편의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것은 국격 상승 요소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 운전면허 취득제도의 문제가 심각한 것을 알게 되면 국격은 급격히 하락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스텔스 카를 찾아볼 수 없는 투명하고 안전한 선진 시스템이 안착되기를 기원한다. 올해는 운전면허제도부터 손봐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