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문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인가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19-11-13 10:19 수정일 2019-11-13 10:26 발행일 2019-1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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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배종찬&lt;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gt;

집 나간 경제는 언제쯤 돌아올까. 경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야기가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 말이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다. 조지 부시(아버지) 당시 대통령은 걸프전의 승자였다. 전쟁에서 이긴 대통령을 미국 유권자들이 배신한 적은 없었다. ‘사막의 폭풍’ 작전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왜 세계 최강국임을 입증했다. 미국인들의 자존감을 한껏 올려놓았다. 4년 더 임기를 이어가는 재선은 따 논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 남부의 아칸소주 출신 윌리엄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시골뜨기 클린턴 후보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 준 것이지만 사실은 경제에 치명상을 입었다. 중동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미국 경제는 내리막길이다. 군사 강대국의 영향력과 자존심보다 유권자들에게 더 절실했던 건 경기회복이었다. 클린턴 후보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라는 선거 문구 한방에 현직 미국 대통령은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경제’ 이슈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내내 경제를 놓치지 않았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려고 했지만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미국 중서부 농업 지대가 큰 타격을 받는데다 남미 이주노동자들의 불법이민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미래가 자유무역협정에 달렸다고 생각한 클린턴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고 국민들을 차근차근 설득해 나갔다. 결국 북미자유무역협정은 클린턴 대통령 때 빛을 보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도 개입시키지 않았다. 진정성이 있었기에 대통령의 설득은 국민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었다. 클린턴 재임시절 경제는 호황이었다. 미국의 닷컴 열풍은 전 세계 산업 판도를 바꿀 정도였다. 우리가 지금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IT기업들이 순풍에 돛단 것처럼 생겨났다. 경제대통령으로 손색없는 역할을 했다. 오죽했으면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로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도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좋았다. 스캔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도 ‘경제의 힘’이었다.

지금 우리에겐 어떤 대통령이 필요할까. 사회적 개혁 과제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제가 우선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국가 존립이 흔들린다면 각종 사회적 개혁과제는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임기반환점을 이제 막 돌아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는 형편없다.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앞으로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에 비해 어떻게 될지’ 물어본 결과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51%였다.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은 고작 15%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등 많은 개혁 정책을 시도했지만 실물 경제는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경제대통령이다. 차기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먼저 껴안아야 할 국정 과제는 경제다. 임기 후반기 매일 아침 문 대통령이 새겨야할 슬로건이다. ‘(it‘s Economy, Stupid.)’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