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나때는 말이야" 달고 사시나요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입력일 2019-11-10 14:25 수정일 2019-11-11 13:03 발행일 2019-11-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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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중학교 때 옆집 형은 교회 신자였다. 단체 연수 기도회를 가서 물놀이 도중 익사했다. 놀라운 건 그의 어머니 반응이였다. 땀에 젖은 열정적인 모습으로 간증했는데 자기 자식을 하나님 곁으로 데려가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아들의 죽음을 그녀의 믿음과 바꾸고 싶어하는 듯 했다. 종교인의 고난은 믿음의 에너지다.

시련이 내면의 합리화 과정을 거치면서 믿음을 담금질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태도에 반하는 현상과 마주치면 심리적 불편함을 느낀다.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한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 시킨다. 고급차를 산 친구에게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칭찬해주면 밥 한끼로 돌아오는 것은 그래서다.

휴거를 믿으며 자신들만 구원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종교 단체를 기억하는가? 한 사람도 하늘로 솟아 오르지 않았다. 그들이 믿음을 거두고 새로운 종교로 갈아탔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더 결집했다. 자신들의 믿음이 약해서 휴거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신전으로 달려가서 자신들의 나약함을 속죄하고 다음 휴거를 위해 다시 기도하기 시작했다. 잘못된 선택으로 판명되었는데도 자신이 쓴 시간이나 비용이 아까워서 자신의 태도를 고집하는 경향을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부른다.

부부싸움으로 잦은 구타를 당하는 아내가 있다. 매일 눈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위로한답시고 그녀의 남편을 험담하다 가는 봉변을 볼 수 있다. 매 맞는 아내가 때리는 남편을 옹호하고 나서는 것이다.

남편을 방어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다. 그런 남편을 선택한 자신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친한 친구라도 정치나 종교를 소재로 언쟁을 벌이지 말라. 세월까지 보태져 신념으로 굳어버린 생각은 돌덩어리 같은 자존심으로 변한다.

자기 중심적 증상이 심한 부류가 또 있다. 소싯적에 한 자리했다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병이다.

개인주의와 디지털 트렌드가 만드는 세상에 당신의 경험이나 연륜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나때는 말이야”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면 그야말로 라떼나 마시며 고립무원이 될 지 모른다.

물론 늙음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늙은 생각은 세대간의 소통을 막는 벽이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어느 수녀의 영광된 가르침을 잊지 말라.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