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금리·주가에 노후를 묻지 마라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입력일 2019-10-17 14:03 수정일 2019-10-17 17:52 발행일 2019-10-18 19면
인쇄아이콘
20190829010009339_1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

마이런 고든이란 학자가 주식평가모형의 고전으로 배당평가모형을 발표한 바 있다. 주가는 배당과 금리라는 할인율 사이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유진 파머는 주식시장은 어떠한 신호가 주어지면 즉시 반영된다는 ‘효율적시장의 가설’을 발표했다. 주식시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분석의 기초로 삼는 중심이론들이다.

16일 한국은행이 1.25%로 기준금리를 낮추었다. IMF가 우리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더 낮춰 발표하던 날이다. 이 혼란스런 정보들이 주는 미래의 함의는 무엇일까. 금리가 내려가니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올라갈까, 아니면 성장률이 더 낮아지니 주가는 더 하락하는가. 그런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든다.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와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 내외로 예상했다. 자산디플레이션의 소지도 등장하는 장면이라, 주가가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무거운 소리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은 하루에 상하 30%의 등락폭으로 널뛰기를 한다. 웬만한 주가 등락은 하루에만 1년치 금리를 웃도는 등락을 보이니, 투자자들의 합리적 기대가 있기나 한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누구는 인공지능으로 주가 변동을 미리 정확히 알아내려 하고, 누구는 빅 데이터로 설명력을 높여보려 하고, 누구는 로봇 어드바이저 조언을 기다린다.

우리는 이 거대한 투자시장에서 무엇을 믿고, 어디에 기준을 세우고 있는가. 기업 회계정보도 아니고 금리도 아니고 배당도 아니면, 왜 우리는 직접 운영도 않는 상장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투자하는가. 정말 이제 자본주의는 답을 다시 찾아야 할 듯하다.

화폐제도의 본질을 엄격한 법화(legal tender)의 발행과 금리의 합리적 운용에 있다고 본다면, 이건 말이 되질 않는다. 일부 선진 국가 기준금리는 마이너스다. 가난한 나라 서민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대부분 경제성장률 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상환위험을 다루는 신용이라는 척도가 전혀 전체시장과는 교감되지 않는 개별적이고 분할된 금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노후자금을 맡긴 연금생활자는 이제부터 다가오는 저금리 내지는 제로금리나 마이너스 금리에 아무 저항을 할 수 없다. 잘하면 원금을 찾는 정도면 다행일 지 모른다. 이제껏 잘 받아온 연금이 점점 줄어들 소지는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정말 이제부터 금리와 주가는 서로 아무런 의미가 없을 지 모른다. 투자와 저축, 소비를 결정한다고 믿어온 금리와 주가는 점점 발표용이나 게임용으로 흐르나 보다. 그런대도 모바일을 들이대고, 적립한 포인트로 소비하고, 인터넷으로 금융사업을 시작하는 일들이 얼마나 용감한 일인가.

작금의 이 현실은 너무 현란하게 살지 말라는 삶의 권고의 장면으로 보인다. 배달 앱이 편리하고 물간 값이 아무리 싸도 꼭 필요가 없으면 공유나 구독소비 기법에 너무 탐닉하지 말고, 내 삶의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챙겨보자. 아무리 투자가 하고 싶어도, 내 땀이 담긴 현금이라면 그냥 모아두자. 더 금리를 내렸는데도 경기지표가 그 모양이면 더 내려야 하고, 그러다가 정말 우리도 제로금리를 눈앞에 볼 수 있다. 그 땐 이미 주가가 더 내려가 있을 수도 있다. 지금 금융통화시장은 우리에게 허둥대지 말고 진지한 삶의 행동을 당부하고 있다.

엄길청 경기대 교수/글로벌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