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자영업이야기] 2020년 대재앙의 예고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9-10-16 07:00 수정일 2020-01-29 13:26 발행일 2019-10-16 17면
인쇄아이콘
20190930010010053_1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몇 달 뒤 면 2020년대가 시작된다. 잿빛 구름이다. 2020년대 한국은 자칫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20년’을 되풀이할 지도 모른다. 정부쪽 사람들은 물론 ‘아니다’라고 말한다. 1997년 12월 IMF(국제통화기금)에 경제주권을 넘겨주기 직전까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강변했던 사람들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대략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시기를 말한다. 자산 폭락이 시작된 1991년부터 아베 정권이 들어선 2012년 이전까지다. 이 시기에 일본은 전후에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 사태를 한꺼번에 경험했다. 주가는 최고점의 3분의 1로, 지가는 2분의 1로 폭삭 내려앉았다. 성장률과 물가,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본 국민들은 처음 목격했다.

‘잃어버린 20년’의 출발점은 1985년의 플라자합의다. 이 합의에 따라 엔화 가치는 1985년 달러당 260엔에서 1987년 123엔으로 가파르게 올라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저금리로 대응했다. 기업과 가계가 주식과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면서 경제에 거품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1989년 4월부터 1년 3개월간 2.5%이던 기존 금리를 6%로 급격히 인상했다. 금리인상의 약발은 1991년부터 자산 폭락으로 나타났다. 1989년 3만9000을 돌파한 니케이주가지수는 10여 년 뒤 2001년 3월 1만2000으로 고꾸라졌다. 1998년의 지가는 1991년보다 80% 빠졌다.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무너지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속출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10년을 통틀어 무려 100조엔이 넘는 재정을 퍼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이어졌다. 오히려 정부 부채만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정치권과 관료집단의 리더십 실종과 정책 실패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기간에 총리는 20여차례 바뀌고 관료집단은 경제구조개혁, 기업구조조정, 규제철폐, 노동시장개혁 등에 손도 대지 못했다. 아베정권이 들어선 2014년 이후에야 비로소 ‘지방창생’이란 이름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대 한국은 어떨까. 2025년 ‘초고령’ 사회에 처음으로 진입, 노인국가로 변해간다. 0.98명의 ‘초저출산’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130만명의 다주택자가 450만채의 집을 보유, 부동산시장을 휘젓고, 사교육시장은 여전히 학부모의 허리를 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은 여성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일자리는 더욱 줄어든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은 이미 실종됐다. 숱한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고위공직자들의 모럴 해저드와 정치권의 국민분열책동, 4색 당파싸움은 1990년대 일본 지도층의 행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잃어버린 00년"의 공포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확신이 드는 이유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강창동 大기자의 스몰비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