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생활 SOC 투자 성공의 조건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입력일 2019-10-07 09:32 수정일 2019-10-07 09:37 발행일 2019-10-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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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최근 정부는 생활 SOC 복합화 사업 289건을 선정, 발표했다. 향후 3년간 8164억원이 지원된다. 전국 127개 기초지자체가 제출한 사업들을 사업선정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했다. 생활문화센터, 국민체육센터, 공공도서관 및 보육시설 등의 시설들이 포함됐다. 지방비 매칭 방식으로 추진되는 만큼 실제 사업비는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체육관과 도서관, 어린이집, 주차장 등을 한데 묶어 개발하는 복합화 시설로서 개별시설은 900개에 달한다.

그러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먼저 사업비 방식이 매칭방식으로 투자될 계획인데, 물론, 지자체들에서 제안한 사업들인 만큼 지역의 투자계획도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원활한 사업비 마련은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로 그동안 지자체와 매칭방식으로 추진되어 온 주요 SOC 사업들이 사업비로 인해 사업 추진의 속도가 현저히 늦어졌고, 특히, 일부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점도 있다. 사실상 지자체들마다 예산 집행의 여유가 거의 없는 상황에 있고, 사회복지 투자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정부의 지원방식 및 지원 규모에 대해 실제 사업 추진 단계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사업 수가 적은 일부 지자체의 반발에 대해 정부는 “각 시·도가 중도에 포기한 사업을 제외하고 신청한 모든 사업을 수용했다”고 하면서 지자체의 사업발굴에 소홀히 했다고 항변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수요조사와 지역의 특성 그리고 국가 차원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의 방향성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자칫 금번 선정된 사업들이 추진되어 지역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이용자가 현저히 적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역의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향후 생활 SOC 투자는 방향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인 투자가 전제되기 위해선 금번 사업들의 차질없는 추진과 사업 추진과정에서 지역민의 구체적인 수요 파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요구된다.

각 지자체들이 안고 있는 최근 문제는 일부 지역을 빼놓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인위적인 지역민의 유출 문제다. 지역 발전에 있어 지역민의 감소는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생산가능인력의 유출은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지역민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 지자체들마다.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자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금번 생활 SOC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 SOC 시설들이 공급된다는 것은 정주여건을 개선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양적, 질적 생활 SOC가 공급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금번 선정된 복합화 사업들이 원활히 추진되고 여기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생활 SOC 확충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