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제2 이춘재' 막는 드론경찰

권희춘 (사)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입력일 2019-10-03 16:52 수정일 2019-10-03 17:31 발행일 2019-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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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권희춘 (사)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

화성 연쇄살인이 벌어진 30년 전의 현장은 지금과 달리 인적이 드물어 CCTV는 고사하고 가로등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이다. 하지만 1, 2차 사건이 벌어졌을 때 치안 드론에 의한 실종자 수색이나 추적, 방범용 순찰을 벌였다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무려 10차례나 벌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초기에 군사적 용도로 많이 사용되던 고가의 드론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사건 현장의 범인 추적, 실종자 수색, 방범활동, 양귀비 수색등에 필수장비로 등장하고 있다. ‘조은누리 양 실종사건’에서 경찰은 수색용 드론 10여대를 투입해 수색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찰의 드론 활용을 위한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영규칙’이 경찰청장과 경찰위원회를 통과했다. 27억여 원을 투입해 실종자수색용 드론을 구입하고 드론전문가들도 대거 채용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앞으로는 치안드론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같은 현장에 빠르게 투입돼 조기에 범죄자를 잡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첨단 기술은 지속으로 필요에 의해 개발되고 있지만 그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반 여건들은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 장비의 개발과 운영을 위한 입법활동도 신기술에 맞춰 고쳐지고 수정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의 부재로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스마트폰도 아이폰 3G가 2007년도에 발표돼 이미 미국을 시작으로 많은 나라에서 사용됐지만 당시의 분위기상 스마트폰의 무한한 가능성을 미리 보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가 정보통신부를 없애는 우를 범해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이 돼서야 스마트폰이 시장에 출시되는 불행을 경험한 바 있다, 캄보디아보다 늦은 79번째 스마트폰 사용국가가 된 것이다.

아이폰의 국내 도입은 그동안 피처폰을 주로 쓰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 큰 파장을 미쳤다.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하나둘 위기를 맞았으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휴대폰 시장이 재편됐다. ICT 분야에서 6개월간의 기술격차는 타 산업의 발전 속도 2년과 맞먹는다. 스마트폰의 늦은 도입으로 당시 유능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대거 다른 산업으로 이직하면서 한동안 스마트폰 프로그램 개발자의 부재를 겪어야 했다.

스마트폰은 이제 전 국민의 필수품이다. 우리 일상의 모든 행동과 정보가 스마트폰과 연계돼 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연쇄살인범에게 희생된 10명의 여성 모두 지금이라면 스마트폰이 있었을 것이다. 최첨단 스마트폰용 앱에는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이상 경로로 접어들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알람을 보내는 기능이 있다. 길에서 범인에게 납치돼 농수로 같은 범행장소로 끌려갔다면 이 알람이 울렸을 것이다. 또 지도와 함께 스마트폰이 알려주는 안전한 길을 걸어가면서 친구나 부모님에게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국제화 시대 치안 한류로 대표되는 최첨단 순찰드론과 실종자수색을 위한 전문드론의 도입을 빠르게 결정한 경찰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도입이 시작인만큼 잘 활용해서 일반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데 앞장서는 국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해본다.

권희춘 (사)한국창의과학진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