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조국류(流)의 ‘알묘조장’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9-09-25 14:34 수정일 2019-09-25 14:35 발행일 2019-09-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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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맹자의 제자인 공손추가 호연지기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맹자는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의 교육철학을 밝혔다. “송(宋)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다. 모내기를 한 후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했다. 논에 가보니 다른 이들의 벼보다 덜 자란 것 같았다. 농부는 궁리 끝에 벼의 순을 조금씩 빼보니 약간 더 자란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식구들에게 하루종일 벼의 순을 빼느라 힘들었다고 식구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식구들이 기겁을 했다. 아들이 서둘러 논에 가보니 벼는 이미 하얗게 말라 죽어버린 것이다. 이런 처사는 한갓 유익함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해로운 것이다.” 

지난 한 여름부터 이른바 ‘조국사태’로 대한민국이 시끄럽기 짝이 없다. 법무부장관 임명에 반대여론이 지지여론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크게 운명을 달리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수사팀의 최우선 목표는 조국 장관에 대한 사법처리다.

하지만 이번 조국사태를 2030들의 강력한 체험적 문제제기는 자식교육을 향한 각종 특혜성 혜택에 따른 공정치 못한 대학입시문제였다. 이른바 ‘정시’대 ‘수시’입시 행태다.

고등학생 아이 엄마들끼리 만나면 온통 조국법무장관 딸 얘기란다. “그런 스펙도 못만들어주고 죽어라 공부만 하라고 한게 미안하다.”, “이래도 깜깜이·금수저 전형인 학종을 계속할 건가?” 등 불공정 제도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다.

지난 9월 4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63.2%가 정시가 수시보다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수시가 더 좋다는 의견을 낸 사람은 22.5%였다. 대학생이 다수 포함된 20대 응답자 중에서는 ‘정시 바람직’이 72.5%로 압도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 2000년 3.4%의 수시로부터 출발하여 2018년에는 76.2%가 수시로, 정시는 23.8%에 머물렀다. 기가 막힌 일이다. 더 기가 막힌 일은 한국장학재단분석에 따르면 서울대를 비롯해서 연대, 고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재학생 부모의 소득분위 비율 중 9~10분위가 모두 70%를 훌쩍 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기초생활수급~8분위는 20%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과거제보다 음서제가 팽배하여 귀족사회로 묶였던 고려말이 결국 망한 것이 아닌가.

이러니 한국은 세습사회라는 여론조사가 90.1%에 이른다는 시사저널의 보도가 오히려 충격적이지 않아 보인다. 맹자의 교육에 대한 가르침처럼 자식교육에 부모가 끼어드는 것은 자식을 죽이는 일이다. 대학의 수시모집이라는 불공정한 제도는 혁파되어야겠다.

사실 수능에 따른 정시모집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쉬운 문제에 따른 서열화로 대한민국을 짐져나갈 서울대학생을 뽑는다는 게 도대체 말이 안되는 제도다. 수능은 고교졸업자격시험제도로 정착시킨 후 서울대학은 서울대학대로, 각 대학은 각 대학에 맡겨 그들 나름대로 시험을 쳐서 학생을 받아들이는 게 답이다.

이참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제도 개혁으로 조국 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민심이반을 조금이나마 덜기 바랄 뿐이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