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인생2막 '내안의 역전골' 찾아라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입력일 2019-09-26 14:11 수정일 2019-09-26 14:12 발행일 2019-09-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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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100세 시대, 인생은 은퇴로 끝나지 않는다. 수명이 늘어나 한 번 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라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까지 터득한 연륜의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며, 전반기에서 겪어보지 못한 인생의 참맛을 느껴야 한다. 축구 경기는 주로 후반전에 골이 많이 나온다. 우리 삶도 뒤늦게 시동이 걸려 인생 2막에서 역전 골이 터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34년간 일하고 은퇴한 진규동씨는 2016년 8월 친구들과 우연히 찾은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인생 2막의 꿈을 발견했다. 18년 유배 생활 중 무려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인 다산에게 한눈에 반했다. 다산의 목민사상과 개혁 정신을 오늘에 계승 발전시켜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이듬해 다산박물관에서 교육관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운명적인 만남이라 생각하며 응시하였다. 1차 도전에선 실패했고, 2차 도전에서 자신의 이런 사명의식을 부각하여 합격했다. 금년 5월, 2년간의 계약 근무를 끝내고, 다산정신실천연구소를 개소하였다. 다산의 청렴, 위민, 애민 사상을 오늘의 정신문화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인생 2막의 사명으로 생각하며 바쁘게 산다.

진 소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생 2막을 새롭게 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인생의 의미와 삶의 목적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목적이 없는 인생은 없고, 목적이 이끄는 삶은 동기를 부여하고 활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삶의 목적은 자신을 성장하게 하고, 열정과 몰입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삶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깨달음이다. 진 소장은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고민하던 중에 다산을 만났고, 본인의 사명도 찾은 것이다.

다음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기반으로 강력하게 어필하는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은퇴 전에는 연령대별로 목표가 있었다. 20대는 진학과 취업, 30대는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40대는 자녀 교육, 승진, 주택 마련, 50대는 자녀 독립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하여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막상 은퇴하게 되면 이러한 삶의 목표가 사라진다. 별도의 비전이나 목표를 갖지 못하면 일상이 지루하고 허탈해진다. 삶의 방향성을 잃어 방황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인생 2막, 삶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진 소장은 다산심부름꾼을 자청한다. 다산정신의 계승 발전 차원에서 다산정신에 대한 논문도 최초로 발표하였다. 이를 계기로 다산정신 실천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미래 대한민국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세부 계획을 그리며, 은퇴 전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날은 자신이 태어난 날과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아는 날이라고 하였다. 그렇다. 진 소장은 자신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많은 고민 속에 비로소 인생 2막의 꿈을 찾았다. 그는 지금 인생의 내리막이 아니라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처럼 인생 2막은 삶의 목적을 찾음으로써 시작된다. 목적을 추구하는 삶은 거의 모든 성공한 인생 2막에서 공통되는 필수조건이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