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혼자 삽니다! 토 달지 마세요!"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입력일 2019-09-22 14:52 수정일 2019-09-23 08:14 발행일 2019-09-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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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

‘결혼을 했느냐, 안했느냐’.

나이 서른을 넘기면 남녀를 불문하고 딱 이 두 부류로 분류된다. 그럼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가정은? 역시 두 부류로 나뉜다. ‘부모가 모두 있는 집이냐, 한 부모 가정이냐’.

서점가의 책들은 그 시점의 사회상이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요즘은 비혼 에세이 출간이 꾸준히 잇따르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제가 결혼을 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결혼건수가 5만9100건으로 작년 동일기간보다 10.7%(7100건) 감소했다. 비혼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선 주제가 아닐뿐더러 비혼 에세이 유행도 그럴 만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판계의 비혼 콘텐츠는 30대 골드미스의 화려한 성공담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40대 싱글 여성의 녹록지 않은 자기부양 이야기로 옮겨가고 있다. 내용은 좀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부모 부양이나 노후 대책같은 비혼 현실에 대한 이야기와 비혼 여성의 속내를 드러내며 비혼을 고려 중인 여성은 물론 결혼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남성들에게까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 비혼 생활 이야기에는 자연스럽지 않은 정서가 공통적으로 전제돼 있다. ‘혼자 살면 어때요?’ ‘비혼이 뭐 어때서?’ 투의 책 제목들은 비혼을 바라보는 가족과 사회의 시선에 대한 의식을 담고 있다. 심지어 책 제목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다. 비혼자의 가족 내 위치와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어쩌면 비혼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지지받을 현상은 아닐 수 있다. 가족을 꾸리길 바라는 부모와 친지들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혼밥·혼술로 대변되는 혼자만의 문화가 이미 익숙하게 자리잡은 마당에 결혼에 대해서만 유독 당사자의 선택권 허용에 인색한 이유는 뭘까.

미혼모 가정도 그렇다.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수준은 비혼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 키울 자격이 안된다고 간주하거나 부모로서 결함이 있다는 모욕적 시선이 난무한다. 입양을 권유받거나 제도적으로 입양 부모에게 주어지는 양육 지원조차 미혼모 가정엔 지급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니 결혼 안한 것이 죄라는 자포자기적 탄식이 절로 나온다.

생긴 모습이 제각각이고 저마다 삶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데 유독 핏줄에 의한 가족 구성을 고집하며 결혼이라는 삶의 형태와 시기에 대해 주관적이고 경직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결혼에 대한 세대갈등과 의식의 차이는 효나 도리, 능력이나 공리적 차원에서 다뤄질 주제가 아니다. 결혼은 사회적인 행동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이다. 부모라는 권위, 사회적 가치관으로 개입할 수 없다.

불편하고 싫어도 새로운 가치관이 등장하면 기존의 가치관은 군말 없이 퇴장해야 한다. 훈계만 하는 아버지에겐 반항하며 떠나가 자신의 여정을 시작하는 자식이 있을 뿐이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