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청와대 참모들의 경제인식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09-18 19:44 수정일 2019-09-18 19:44 발행일 2019-09-1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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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창의력 갖고 역동적으로 다시 뛸 수 있게 해 줘야
\'규제는 업 데이트 대상\'이라지만 과연 그렇게 하고 있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보의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인식이 안타깝다.

두 사람은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모두 창의성과 역동성을 강조했다. “시행 착오는 공공재”(이 특보), “경제 역동성 회복”(김 실장) 같은 의미 있는 얘기를 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해 한국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시킬 방안에 관해선 의원들에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듯하다. 예의 정부의 역할을 강조할 뿐, 규제 정비 및 철폐 등을 통해 기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부분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먼저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보. 이 특보는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한국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국 화웨이는 공간, 다른 세계는 시간으로 승부를 하는데 한국은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이 귀를 의심케 했다. 그는 “규제 철폐를 많이들 생각하는데,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규제는 업 데이트가 요구되는 것이지 철폐 대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꼭 필요한 규제는 꼭 있어야 한다. 시장 질서를 무너트리고 모럴 해저드를 야기하는 부문에는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최소한이어야 하다. 규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그의 언급에서, 그가 말한 규제가 과연 그런 꼭 있어야만 하는 규제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규제는 ‘철폐 대상’이 아니라 ‘업 데이트 대상’이라는 말은 공허한 수사다. 규제는 당연히 시대적 상황, 글로벌 기업 환경의 변화 등에 맞춰 변해야 한다. 이 특보가 말한 ‘업 데이트’ 수준으로 이 험난한 글로벌 싸움터에서 우리 기업들이 헤쳐 나갈 수 없다. 왜 규제를 말할 때 규제혁신, 규제혁파라고 말하는 지 모르는 듯하다. 더욱이 이 정부가 규제를 업 데이트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럴 의지는 얼마나 있어서 이렇게 얘기하는 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이 특보는 또 이날 “우리가 ‘추격형 기술개발’로 제조국으로 성장했지만, 창의적 개념 설계가 많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이어 “아이디어가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로 나타날 수 있게 하는 시행착오와 노력하는 부분이 안 되었다”고 말했다. 국가적 지원이 이런 부문에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행착오는 공공재”라며 “비용 부담 없이 할 부분은 예산과 재정으로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개발해 새 지평을 열었던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곤 증권업 진출 중단, 인터넷은행도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왜 일까?

우리는 중국에서 만개한 핀 테크 산업에서도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진 것이 언제인데, 아직도 우리는 인공지능 산업에서 제자리 걸음이다. 의료 서비스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제대로 된 의료 혁명을 한다고 하지만, 개인 정보 보호에 자신이 없는 정부는 또 무언가 규제에 규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보이는, 보이지 않는 규제 속에 기업들은 숨 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헉헉 대고 있다. 누가 우리 기업, 기업들에게 ‘창의성’이 없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김상조 정책실장도 이날 특강을 했다. 점점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그는 국내 성장모델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다. 특히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지난 20년 동안 신규 진입한 기업 80여 곳 가운데 재벌과 금융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이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해진다.

김 실장은 예의 ‘낙수효과의 종언’을 얘기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낙수효과로 성장했지만 지금 경제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단다. 듣기에 따라선 아직도 대기업들이 낙수효과를 주장하며 기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제 어느 대기업도 낙수효과를 금과옥조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 한계를 누구나 잘 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상생과 공생을 강조하는 정부에서, 들키지 않고 하청업체 몫을 빼앗아 자기 배를 채우려는 배짱 있는 대기업은 없다. 있다면 찾아내 크게 벌을 주면 될 일이다.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이 산다는 시대가 이미 지나고 있음은 이제 기업들이 더 잘 안다. 똑똑한 중소기업들도 이제 더 이상 국내 대기업에만 기대어선 안된다는 것을 알고, 국내 투자분을 대거 해외로 돌려 한국 땅에서 엑소더스 하고 있다.

김 실장은 “우리도 불황을 타개할 장기적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정책적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며 정책 결정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우리 경제 펀더멘탈이 강하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는데, 대통령과 지근거리의 정책실장은 불안한 가 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들이 현실 경제를 직시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사회경제주의적 분배 정책에 더 큰 무게중심을 두고 정책을 계속 펴 나간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너무 암울하다. ‘분배의 경제’ 만큼 ‘혁신 경제’에도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도 이제 공허하기만 하다. 기업이 다시 뛰고, 기업인들이 다시 창의력과 역동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을 주고 펌프질을 해 주여야 한다.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두 인사의 부족한 현실 인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조진래 브릿지경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