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공사다망' 정부

엄길청(경기대 교수/글로벌투자분석가)
입력일 2019-09-05 10:00 수정일 2019-09-05 10:00 발행일 2019-09-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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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경기대 교수/글로벌투자분석가)

‘공사다망’이라 함은 하는 일이 분주하고 바쁠 때 쓰는 관용어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쓰고자 하는 공사다망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모두 쉽지 않아 보여서 쓰려는 말이다. 거두절미하고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얘기다.

자본생산성과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주로 연구해온 재무학자가 봐도, 지금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는 미래사회는 온전한 시장경제 시스템만으로 다루기는 어려운 사회경제적 과제들이 몰려들고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용이나 교육이나 의약이나 교통이나 노후생애 지원이나 모두가 그런 입장으로 들어가고 있음도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적 삶의 사회적 안정을 위한 여러 대안들에 대해서도 일정한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주택은 좀 사정이 다르다. 사실 우리는 20세기 초반에 서구국가에 등장한 사회민주노동가치의 사회적 논의의 시기를 일제강점과 미군에 의한 정부수립을 거치면서 놓친 경우이다. 그러다가 대기업 주도의 고속성장 사회로 들어오고 다시 중산층의 개인자산 증식의 시대가 오고 다시 도시서비스개선과 문화생활의 고도화가 더불어 진행된 나라이다. 우리 현실에서 토지공개념이나 사회주택의 도입 필요성이 일정하게 유효함을 알면서도 여기서 부동산의 사유화제도를 뒤로 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왔다.

또 우리는 도시부동산시장이 일정한 투자기대이론과 자산경제효과를 배경으로 작동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그런데 정부가 여기서 주택가격을 다루려고 한다. 심지어 평균시세의 하향조정을 꾀하려고 한다, 이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일반 국민자산의 70% 정도가 부동산이다. 여기에 30% 정도의 부채가 수반되어 있고, 그동안 최근 10년을 보면 주요도시는 평균 5% 사이의 연간 자산상승 효과가 있었다. 자산수익률이 시중 금리보다는 높고 경제성장율 근처이거나 조금 웃돌거나 했다. 다만 시기적으로는 단기적인 쏠림이 늘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보유효과와 신호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자산은 보유기간이 길수록 보유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을 말하고, 공급수축의 신호가 나오면 공급이 줄 것을 감지하고 보유자의 기대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그런 것을 융합한 사례가 선물시장이다. 그래서 선물은 미래가격의 상승을 전제로 운용한다. 분양시장은 그 자체가 선물시장의 효과가 있는데 이런 선분양 제도를 둔 채로 분양가상한제로 시세를 잡으려는 의도는 결론적으로 달성이 불투명하다. 아니면 모두 미분양이 나야하고 선분양제도가 사라져야 한다.

따라서 지역선호의 수요가 있는 한 재건축을 늦출수록 미래가격은 오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시 내부로 들어오려는 무차별 수요의 해결방안이다. 그러므로 도심에서 너무 먼 외곽에 주거단지를 계획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경우를 ‘리버스효과’라고 해서 외곽에 집을 늘릴수록 도시 내의 가치를 올리는 역신호란 의미이다.

도심이 필요한 사람은 정작 청년과 서민 그리고 여성과 노인이다. 이곳에 일자리가 있고 상권이 있고 공동체가 있고 문화가 있고 안전이 있어서이다. 도심은 작고 저렴한 실용적이고 실무적인 집이 없다. 그것을 늘려야 한다. 도시 내 오피스텔의 운영부진을 탈피하고 작은 상가건물의 쇠락을 막도록 이들을 20평 이하면 간이주택이나 준주거시설로 전환해 주고 다주택 계산에서 감면해보자. 또 주거시설이라도 10평 이내의 주거는 한 채를 0.3채로 본다거나 20평까지는 0.5채로 본다거나 하여 다주택규제를 신축적으로 완화해보자. 무역수지가 흑자가 나고 기준금리가 1%대의 나라에서 민간의 자산가치 증가를 막을 방도는 없다.

이런 시류에 소외되는 국민들에게 세제를 통해 부를 배분하는 일이 더 적절한 정책이다. 그리고 도시 안에 공공의 중소형 사회주택의 공급은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엄길청(경기대 교수/글로벌투자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