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포스코 ‘철강 맏형’ 맞나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입력일 2019-08-28 14:45 수정일 2019-08-29 14:50 발행일 2019-08-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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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낚시를 드리우지 않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있다. 가마우지 목에 줄을 감아 놓아 삼키지 못한 물고기를 꺼내는 방법이다.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말한 가마우지 경제체제를 말한다. 해외로부터 주요 원료를 구매해 제품 만들어 수출한다고 해도 이익은 남의 것이 된다는 논리이다.

강경화 장관은 최근 BBC와의 화상 통화에서 우리와 일본의 경쟁관계가 가마우지 경제체제와 같다고 인정했다. 철강 산업 역시 주요 설비와 재료를 일본에 의존하기 때문에 취약하다. 한일 간 경제 전쟁이 극에 달하고 있는 판국에 우리끼리의 가마우지 체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고로메이커의 이익률은 10%를 넘는데, 단순 압연메이커들은 적자에 허덕인다. 단연 원료 값 때문이다. 원료 공급의 종속관계가 숙제이다.

단압메이커가 국내 고로메이커로부터 원료를 받아 해외로 제품을 팔아도 이득이 고로메이커에게만 간다면 원료를 팔아 준 수요가는 흰 눈을 번득일 것이다. 그런데 원료 공급자와 수급자의 비즈니스 결정권은 늘 고로메이커에 있다.

포스코는 대일 청구권 자금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기업이다. 포스코의 창업정신은 ‘철강 원재료를 생산하여 국내 수요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것이 첫 대목이다. 바이블과 같은 대목이 지금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장치산업이라는 특수성상 ‘내가 먼저이다’는 생각보다는 ‘따로 또 같이’라는 의미가 철강기업의 경영철학이어야 한다.

일본 철강기업의 협력관계는 좀 다르다. 사령(社齡) 70~80년은 보통이고, 100년 넘은 기업들도 많다. 이들은 너무 쉽게 합종연횡한다. 경영혁신도 전격적이고, 업계 전반에서 공유한다. 일본제철은 오래전에 ‘단칸방에서는 장도를 휘두를 수 없다’는 복합경영을 내놨다.

신소재 개발 미션은 철의 주도권을 지키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판매력, 인재를 풀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후로 5년 또는 10년 단위로 철강시스템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 혁명을 일으켰다. 신흥국에서 밀려드는 수입 철강재도 막았다. ‘모든 철강제품의 수입은 JIS 규격을 획득해야 한다’고 대못도 박았다. 산업계 전체가 합의한 ‘신의 한 수’였다. JIS 획득을 위해서는 연간 생산량과 설비사양을 매년 보고해야만 한다. 기업 비밀을 들여다보겠다는 전략이다.

스파이 첩보 작전(?)도 했다. 일본 철강기업 임직원들이 항만에 숨어들어서 수입품을 감시했다. 서로를 감시한다는 것은 업계 전반의 묵시의 합의였다. 똘똘 뭉쳐서 서로 상생하더니 지금, 일본 철강기업들은 60%만 가동해도 생존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들었다. 일본 고로메이커들은 단압메이커에 원자재를 우선 공급하는 경영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내 나라가 먼저’라는 식이다.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겪게 되면 서슴없이 합종연횡을 한다.

오래된 일이나 최근의 일이나, 일본 철강업계의 미션들은 미리 보는 영화의 예고편과 같다. 신기하게도 철강 선진국의 역사는 몇 년 후에 우리가 겪는 순서로 나타났다. 그런데 ‘철강 맏형’을 자처하는 포스코의 최근 태도가 거슬린다. 중국보다 비싼 원료가격 정책을 정책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형님 곳간은 넘치는데 동생 뒤주에는 바가지 소리만 요란하다”는 말이 새어 나온다. 지금 국내 철강 단압메이커들은 ‘생존’이 화두이다. 맏형답게 배려와 동반성장의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간혹, 어려운 동반자에게 밑지고도 물건을 내어 주는 참 기업가 정신, 기업 시민정신을 보여야 한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