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반도체 3차대전 불지핀 아베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9-08-21 14:07 수정일 2019-08-21 14:15 발행일 2019-08-22 19면
인쇄아이콘
2019071701001313000057271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아베 신조 일본정부가 한국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지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제징용 배상판결이 빌미였다. 아베의 도발을 상당수 언론에서 ‘경제보복’이라고 규정하는데 당연히 ‘경제도발’이 적절한 표현이다. 사전적 보복의 의미는 ‘해를 입힌대로 반격하는 앙갚음’이다. 한국이 일본에 해를 입힌게 있어야 보복이 아닌가.

일본인들이 ‘종전일’이라고 부르는 8월 15일. 언론이 가장 주목한건 ‘전후 전몰자 추도식’에서 내놓을 메시지였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번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에 아베총리의 추도사엔 전쟁책임이나 반성의 표현은 7년째 없었다. 이런 아베의 정신적 실체는 무엇인가?

아베가 지극히 존경한다는 ‘존왕양이(尊王攘夷)’와 ‘정한론(征韓論)’으로 군국주의 ‘일본제국’을 꿈꾸고 메이지유신의 동력이 된 병학자인 조슈번 출신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을 알면 아베의 실체가 보인다. 아베 역시 조슈번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경제가 망가지면 문재인정권이 교체될 것이라고 아베정부는 생각한다”고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교수의 지적이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베의 화살은 빗나갔다는게 중평이다. 정부의 극일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데다 삼성전자도 예전에 일본 반도체기술을 한수 배우던 수준의 기업이 아니다.

아베의 화살이 허공만 가르게 된 이유다. 결국 문재인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 반면에 한국관광객의 충격적 감소, 유니클로 등 일본상품 불매운동 폭발, 반도체소재 일본수출기업들의 반발과 일본내 여론 악화로 아베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로써 아베에 의한 극일정부의 몰락은커녕 문재인 정권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3차대전의 조짐은 진작부터 보였다”고 반도체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글로벌밸류체인’을 아베가 깨는 데도 또 한국이 호소하는데도 미국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미국도 이 전쟁의 한 당사자로 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년 2분기 D램 시장의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5.7%와 28.7%, 합 74.4%로 1분기 72.6%보다 높아졌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1분기 23%보다 2.5%포인트 떨어진 20.5%였다. 70년대 말부터 벌어진 미·일 반도체 1차대전 결과 일본이 반도체 대국으로 올라섰다. 그후 90년대말 한·일 반도체 2차대전 결과 한국이 반도체강국이 된 것이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산업의 부상을 철저히 막아야 되는게 미국이다. “미국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이 일본 히로시마공장을 인수후 거액을 투자했고 D램 연구개발 인력만 삼성전자의 2배로 알려졌다”고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말했다. 판이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한국의 D램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쪽으로 움직이는 반도체 3차대전을 앞두고 아베의 도발을 겪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세계반도체동향을 통으로 놓고 전략을 다시 세워야”한다는 것이다. 결코 이 싸움에 져서는 한국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