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유니클로·다이소에 비친 한국경제 불황의 시그널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9-08-14 07:00 수정일 2019-08-14 07:00 발행일 2019-08-1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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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일본이 도발한 경제침략에 따라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베를 추종하는 정권의 업보를 일본 기업들이 치르고 있는 셈이다.

불매운동의 한 가운데서 수난을 겪고있는 유니클로와 다이소는 일본의 장기불황 초입이었던 1990년대에 각각 의류와 유통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적 기업으로 등장했다.

유니클로가 1998년 내놓은 폴라플리스(polarfleece)는 출시 첫해 200만장이 팔렸다. 1999년에 850만장, 2000년에는 1200만장이 팔렸다. 3년간 모두 2250만장을 판매, 일본 사람 다섯명 중 한명 꼴로 폴라플리스를 입었다. 폴라플리스는 폴리에스터를 주 원료로 만든 합성섬유 제품이다. 폴라플리스에 이어 티셔츠도 대박이 터졌다. 1999년과 2000년 2년간 총 3700만장이 팔렸다. 의류시장에서 단품 판매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다.

유니클로는 의류의 패스트푸드화를 지향한다. 그래서 회사명도 ‘패스트 리테일링’이다. ‘누구나 살 수 있는 1900엔 짜리 폴라플리스를 곧바로 입을 수 있다’고 유니클로는 외쳤다. 유니클로의 오너경영자인 야나이 다다시는 “상식은 과거의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의류업계 이단아다.

유통시장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월마트에 대적하던 양판점 ‘다이에’가 1990년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대형 소매점이 무너지는 한켠에서 가격파괴를 무기로 내세운 소형 전문점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선두주자가 ‘100엔숍 다이소’다.

다이소는 일본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폭락, 장기불황 터널에 진입한 1994년 이후 10년간 매출성장률이 600%에 이를 정도로 초고속 성장세를 누렸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일본 소비자들에게 100엔짜리 물건만 파는 100엔숍은 매력적인 쇼핑장소로 떠올랐다. 다이소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당시 협력업체였던 아성산업과 합작을 통해서였다. 아성산업은 원래 다이소에 손톱깎이와 같은 생활용품들을 납품했다. 2001년 다이소는 아성산업과 합작계약을 맺기위해 방한했다. 당시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노 히로다케 다이소산업 회장은 “협력업체의 하나인 아성산업 박정부 회장의 성실함에 매료돼 합작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작달막한 키에 이웃집 아저씨같은 인상을 지닌 야노 회장은 격식을 파괴하는 언행으로 유명하다.

합작기업인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1조9786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올렸다. 연간 매출이 4조원을 넘는 일본 본사의 절반에 육박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다이소가 진출한 해외 26개국에서 한국은 단연 톱이다. 가격파괴형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가 번성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는 현장의 시그널이다.

불매운동과는 별개로 우리나라 의류 및 유통 업계도 유니클로나 다이소의 대체재를 하루빨리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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