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일본의 경제 보복이 맞나요?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9-08-04 13:23 수정일 2019-08-04 13:24 발행일 2019-0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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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각의로 불거진 한일 갈등, 경제 보복 아닌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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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지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결국 한국에 대한 첨단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조치 단행에 이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각의하면서 양국 정치권과 경제, 사회분야까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 쏟아지는 국내 언론사들의 관련기사를 보면 죄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연 ‘보복’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걸까?

사전상 보복(報復)의 의미는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주는 앙갚음’으로 정의된다. 도덕적 또는 정치적·경제적으로 부당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의미에서 해석하자면 한국은 일본에게 해를 끼쳤고 일본도 한국에게 해를 주는 앙갚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언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보복은 한국이 일본에 해를 끼쳤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게 어떤 부당한 행위를 했는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무려 3500만명을 살해하고 수십만명의 어린 소녀와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든 인류역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만행은 누구의 짓인가?

대법원 판결 이후 2018년 12월과 2019년 초에는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 도발에 나서 군사적 긴장이 발생했다. 그때는 명확하게 모든 언론사들이 ‘도발’이라고 규명했다. 도발(挑發)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집적거려 일이 일어나게 함’이다. 지금 한·일간 진행되는 경제문제는 왜 ‘도발’이 아닌 ‘보복’이라는 단어를 써야하는가? 문제가 명확히 규명돼야 그에 적합한 해결책이 나오는 법이다. 한국이 일본에게 해를 끼친 것이 없는데 왜 보복인가? 보복은 도덕적 또는 정치적·경제적으로 부당한 행위가 아니면 된다. 그 외 상대국에 해를 끼치는 행위는 도발이다. 이는 일방통행이다. 법과 질서와 상식이 없다. 그래서 죄질이 더 나쁘다. 국민들이 분노하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자처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을 너무 모른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국을 더 깊이 연구하는 무서운 나라다. 16세기 임진왜란을 이겨낸 일등공신인 유성룡(柳成龍)은 스스로를 반성해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고 ‘징비록’을 남겼다. 하지만 조선은 치욕의 기록을 금서로 낙인찍어 봉인했다. 적의 공격을 받으면 전략과 지략없이 싸우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반면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도 목표를 정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19세기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온 청과 싸워 이겼고 1905년 5월 일본함대가 발틱함대를 전멸시킨 영일동맹을 맺은 결과도 치밀한 준비 덕분이다.

지난 5월 말 일본을 3박 4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를 함께 치고 스모 경기를 관람하고 일본 전통 음식점에서 만찬을 즐기며 극진한 접대를 받았다. 또한 두 정상은 도쿄 근교 지바의 골프장에서 역대 5번째 라운딩을 함께 했다. 30℃가 넘는 날씨에도 이들은 웃는 얼굴로 ‘셀카’를 찍어 트위터에 올리면서 우정을 과시했다. 이 역시 준비의 결과다.

오늘날 ‘경제보복’이 아닌 ‘경제도발’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문제부터 명확히 규명하고 일본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