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호날두가 ‘날강두’된 3가지 이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19-08-01 10:26 수정일 2019-08-01 10:31 발행일 2019-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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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세계적인 축구 선수 호날두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때는 한국 축구팬들로부터 ‘우리 형’으로 불렸던 호날두는 이제 더 이상 우리 축구팬들의 우상이 아니다.

오죽하면 날강도 같은 호날두라는 의미에서 ‘날강두’라고 불리는 상황이 되었을까. 호날두는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세계 정상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축구선수다. 축구 실력 외에 논란이 되는 사생활로 뉴스 1면을 장식할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스타 중의 스타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 호날두는 더 이상 스타가 아니라 공적이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이른바 ‘호날두 노쇼(No Show)’였다. 축구장을 찾은 팬이나 TV를 통해 현란한 경기를 기대했던 팬들은 호날두의 결장에 절망했다. 게다가 그가 보여준 인성에 분노했다. 리얼미터가 MBC스포츠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30일 실시한 조사(전국501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4.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호날두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앞으로 응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10명 중 8명이나 된다. ‘계속 응원할 것’이라는 의견은 고작 9.3%였다. 한 선수의 결장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나 격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심, 차별, 반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동심이다. 우리 국민들이 호날두를 날강두로 보는 가장 근본적인 배신감은 동심을 철저히 파괴한데 있다. 세계적인 선수인 호날두의 내한 경기에 가장 큰 기대감을 보인 이들은 열광적인 축구팬이지만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이다. 유튜브를 통해 호날두의 경기를 보고 호날두 같은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꾼 아이들이다. 어른들이야 스타들의 무례한 행동을 숱하게 겪어왔다. 그동안 내한한 글로벌 스타 중에는 국내 팬들을 무시하는 행동과 발언으로 문제가 된 적이 꽤 있었다. 2009년 방한했던 세계적인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는 팬미팅에 1시간 이상이나 지각하고 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의 기대를 호날두처럼 무참히 꺾어 버린 경우는 없었다. 축구는 아이들에게 꿈의 무대다. 동심을 짓밟은 호날두에게 날강두라는 다른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이유다.

날강두로 불러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차별’이다. 유벤투스의 한국 경기 직전 열린 중국에서 호날두는 90분을 모두 뛰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예고 없이 취소한 팬미팅까지 열었다. 그런 소식을 한국 팬들이 모를 리 없다. 호날두는 한국 팬들로부터 중국에서의 관심 이상으로 사랑을 받아왔던 선수다. 그런데 중국에서 활발한 팬 서비스를 하고 한국에서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면 명백하게 차별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반성’이다. 한국인들에게 일본의 아베 총리는 경멸의 대상이다. 이웃 나라의 지도자가 그렇게 된 까닭은 아베 총리의 태도에 기인한다. 과거사에 대한 한 마디 변명 없이 터무니없는 우경화에 기울어진 태도 때문이다. 반성과 사과는 큰 힘을 발휘한다. 독일과 이스라엘은 2차 대전 직후 원수보다 더 지독한 사이였다. 그러나 독일의 끊임없는 반성과 사과가 유대인 학살로 피멍이 든 이스라엘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호날두는 무례한 행동과 태도로 인해 한국민 대부분이 분노하고 있지만 반성조차 없다. 세계적인 축구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가 보인 태도는 골목의 축구선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날강두’ 이름 그대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