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포노 사피엔스'의 생존법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입력일 2019-07-29 14:58 수정일 2019-07-29 14:59 발행일 2019-07-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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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유통업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무난한 수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온라인 매출이 14.1% 늘고 오프라인 매출액은 2.9% 줄었다. 이런 경향은 유통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구매행태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즐기고 주문하고 결제한다. 송금도 은행 대신 스마트폰이다. 당연하다. 발품의 수고도, 불안의 문제도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플랫폼(Platform)이 되고 비즈니스의 도메인(Domain)이 되었다. 변화에 대응할 당신의 생존법을 제안한다.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대부분은 게임에 중독되거나 SNS에 매달려 시간과 인생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듯이 물건도 쓰는 사람에 달렸다. 제갈공명이 적의 화살로 적을 궤멸시킨 이야기를 상기해보라. 지혜로운 장수는 지피지기를 넘어 적을 활용한다.

우선 스마트폰의 친구가 돼라. 스마트폰을 데이터나 정보 축적을 위한 필살의 무기로 삼아라. 당신이 겪는 매일의 일상을 고화질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아라. 거기에 당신의 인문이 담긴 문자를 가미하고 저장해서 기억을 도와라. 장르의 주인공이 된 봉준호 감독은 살면서 마주친 인상적인 장면들을 수시로 기록했다. ‘괴물’과 ‘마더’와 ‘설국열차’는 그의 기억을 살려낸 기록의 산물이다. 자신의 기억은 자신만의 것이다. 당신이 몸으로 체감하고 감수한 기억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관점이 된다. 수시로 기록된 기억의 퇴적물은 어느 날 당신이 품고 있는 그 갈증을 해결할 생명수가 된다.

스마트폰에는 최신 뉴스를 공짜로 전해주는 친구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은 옛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최근에 직접 겪은 사건이거나 얼마전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어설플 것이라고? 스마트폰은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대중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 셀럽보다는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의 시대인 것이다. 그들과 친구가 돼라. 생각의 노화방지를 위해 그들의 최신 뉴스를 매일 수혈 받아라.

돌아가는 팽이를 보면 안다. 에너지도 중요하지만 균형감이 사라지면 쓰러지고 만다는 것을. 인생도 일도 마찬가지다. 액정 안의 디지털 세상과 친해졌다면 핸드폰을 닫고 세상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 두 발로 걷고 온 몸으로 부딪혀 낯선 풍경을 마주하라. 산책과 여행은 인간만이 가진 사고와 묵상의 특권이다. 그 속에서 생각의 씨앗을 뿌리고 유레카의 열매를 거둔다. 그 둘은 정반대의 여정이다. 당신이 매일 걷는 그 길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반죽하고 발효시키는 깊이의 시간이다. 여행은 낯선 사람과 사건이 일상에 끼어들어 생경한 모습과 사건으로 무던했던 감각과 감정을 휘저어 다양한 심상을 잉태하는 넓이의 시간이다. 우리는 산책과 여행을 통해 디지털 세상의 번잡스런 정보들이 서로 알맞은 자리와 순서를 찾아 결합되어 특별한 관점으로 변하는 득도의 경지를 맞는다. 물론 디지털의 피곤함을 덜어주고 인간다움을 지탱할 오아시스도 될 것이다.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