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철강 공룡'의 눈물을 보라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입력일 2019-07-24 14:01 수정일 2019-07-24 14:02 발행일 2019-07-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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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KG그룹이 2조5000억원의 동부제철을 인수했다. 소(小)가 대(大)를 먹었다는 항간의 곱지 않은 눈길은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의 콘스틸 전기로는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설비이다. 하지만 KG그룹은 그 전기로를 매각한다고 하니 안타깝다.

콘스틸 전기로는 순도 높은 특급 고철을 원료로 열연코일을 생산한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을 축소했기 때문에 오염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인다. 이 설비는 미국 뉴코의 전기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뉴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콘스틸 전기로는 제선과 제강 공정이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도 고로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낮다. 뉴코가 이 방식으로 자동차강판용 핫코일을 생산해내자 US스틸 등 고로메이커들은 맥을 못 추고 시장을 잠식당했다.

일본 동경제철도 동일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제까지는 덩치 큰 일관제철소가 철강 산업을 이끌었지만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거세질수록 콘스틸 전기로 방식의 주가는 더욱 높아진다. 동부제철의 콘스틸 전기로를 매각한다면 국내에는 다시 고로체제가 독주하게 된다.

요즘 철강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는 심각하다. 사실 고로제철소에서 내뿜는 대기오염은 15%나 차지한다. 콘스틸 전기로를 가동했다면 대기오염의 수치는 확 줄어든다. 콘스틸 전기로는 에너지 소모도 낮다. 예열의 원천도 전기로에서 발생되는 배기가스를 활용한다. 게다가 일관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철광석의 70~80%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지만, 고철은 국내 자급단계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양질의 국내 고철이 연간 40만t 이상 수출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산 고철과 핫코일이 국내에 적지 않게 수입되고 있다. 일본 철강업계가 기업 간 합병 방식의 구조조정을 하면서 설비와 인력은 그대로 놔두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과잉생산된 제품을 한국으로 밀어내는 형국이다.

아무튼 철광석보다 고철은 리사이클링의 최적 물질이다. 지난 7월 초, 영국 철강 산업의 상징이었던 브리티시스틸이 전격 폐쇄됐다. 1달러에 인도기업으로 팔려갔다가 결국 고로제철소 설비를 해체하게 된 과정은 골리앗 크레인을 1달러에 팔아야 했던 말뫼의 눈물과 흡사하다. 철강 산업을 일으킨 유럽의 철강 공룡들이 차례로 문을 닫는 처량한 모습에서 철강 산업의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가 선진국화되는 시기에는 어떤 제조 산업도 과거의 방식에 안주할 수 없다. 고로메이커인 포스코는 투자예산의 10%를 환경비용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집진설비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철광석을 녹이면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의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환경문제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른 이상 친환경체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철강 설비의 60% 이상이 전기로 메이커이다. 일본 고로제철소들의 합병도 친환경과 무관치 않다. 반면에 값싼 철 스크랩(고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이 발생한다. 친환경 철강생산 설비의 완비는 철강 산업의 숙명이며, 철강 공룡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지름길이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