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 후 바뀐 환경, 어떻게 대처하나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19-07-18 13:54 수정일 2019-07-18 13:55 발행일 2019-07-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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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은퇴 후에 갑자기 우울해지거나 혹은 예민해진다. 때론 깊은 고민에 빠지거나 무기력증에 빠져 말이 없다. 왜 그럴까? 은퇴 이후 삶의 환경이 예전과 현저히 달라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는 은퇴 전과 어떤 환경의 변화가 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경제적 변화이다. 당장 월급이 끊겨 현금흐름에 차질이 생긴다. 소비에 제동이 걸린다. 부족한 용돈과 경조사비는 은퇴 후 가장 큰 부담이다. 먼저 본인의 재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 가족의 동의를 얻어 살림살이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 은퇴 전엔 수입 확대에 전념했다면, 이젠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 불필요한 생활용품, 과다한 교육비, 결혼 비용, 경조사비 등 거품과 낭비 요인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둘째, 심리적 변화이다. 명함이나 직함이 사라져 정신적 공허감에 시달린다. 사회적인 체면과 자존심에 구멍이 뚫린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혼란이 온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통은 직장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난 후 겪게 되는 관계 단절과 삶의 정체성 문제라고 한다. 내가 누구인지, 나의 소명은 무엇인지, 향후 어떻게 살 것인지 등에 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제2의 사춘기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중한 자신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재확립한다. 삶의 목표도 수립한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한다. 과거의 갑옷을 벗고 권위 의식을 버려야 새 출발이 가능하다.

셋째, 사회적 관계와 역할의 변화이다. 재직 시에는 직위를 기준으로 직장 중심의 인간관계가 형성됐다. 은퇴와 동시에 그런 기준은 사라진다. 가족보다 더 중요시했던 회사 중심의 공적 관계망은 급속히 소멸된다. 관계의 중심은 직장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로, 직장 동료에서 가족, 친구, 동호회 등으로 바뀐다. 가정에서는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사소한 일로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가사를 돕는 등 역할 분담과 부부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자녀를 성인으로 대접하고, 경제적 자립과 독립을 유도한다. 지역사회에서도 봉사활동이나 평생학습, 자아실현 등 새로운 일과 역할을 통한 연결고리를 구축한다.

넷째, 시간 사용의 변화이다. 은퇴하게 되면 시간 부자가 된다. 일과 직장 중심으로 만들어진 일과가 가정과 자신에게 집중된다. 노는 데 익숙하지 못해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을 감당하기 힘들다. 아직 생활비나 노후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재취업이나 창업을 통한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취미생활, 자원봉사, 평생학습과 자기계발로 예전엔 겪어보지 못한 인생의 참맛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도 막상 갈 곳도 없고, 뾰족하게 할 일도 없는데 바쁘기만 하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일일, 주 단위, 월 단위의 세부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여 실천한다.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의 저자 윌리엄 새들러 교수는 은퇴 후의 시기를 창조적 불확실성의 시기라고 불렀다. 새 삶을 창조하기 위한 불안과 고통의 시기라는 뜻이다. 과거에 얽매여 기득권을 고집하고,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면 인생 2막을 기회로 반전시키기 어렵다. 낯설더라도 바뀐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친숙해져야 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