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정년연장 논의의 이면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9-07-15 14:39 수정일 2019-07-15 14:41 발행일 2019-07-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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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예고된 수순이다. 시나브로 회자되는 정년연장론이 그렇다. 약속했다는듯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이곳저곳의 주장·논리가 확산세다. 찬성론이 갈수록 세를 얻는 반면 반대론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선거를 앞둔 탓인지 진영 프레임까지 덧붙는다. 다들 그럴듯하다. 느닷없는 논쟁이슈인 듯해도 실은 그렇잖다. 언제 도마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흐름이 낳은 자연스런 키워드다. 성장전선은 어두운데 인구변화마저 암울해진 결과다. 더 오래 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압박의 반영이다.

기름을 부은 건 장래인구특별추계다. 5년 터울의 정기추계라면 2020년 예정됐는데 2019년 3월 ‘특별’까지 붙인 분석결과가 나온 후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인구추계에 맞춰 행정·산업·복지·조세·교육 등 제반제도의 개혁스케줄이 시작되기에 이 특별한 분석은 엄청난 파장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설(說)은 많지만 더 미뤄선 곤란하다는 현실인식이었으면 한다. 미루고 떠넘기기에 익숙한 관성에서 굳이 사서 고생할 논쟁무대를 연 건 확실히 낯선 변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실제 정책이다. 그리고 그 포문을 정년연장이 열었다. 여러 가지 개혁과제 중 그나마 쉬운 게 정년연장이다. 정부로선 대의도 있는데다 부담은 적고 효과는 크다. 무르익으면 통과된다. 반대이유보다 연장근거가 더 많다. 선진국도 이 경로를 걸었다. 문제는 차기과제다. 여론몰이든 공감확대든 정년연장은 연이어 줄선 후속개혁의 맛보기다. 가령 ‘저부담·고급여→고부담·저급여’로의 복지개혁이 그렇다. 특별추계까지 내놓을만큼 인구·재정·성장환경은 쉽잖다. 인구변화만 봐도 한국사례는 표준편차를 벗어났다. 전대미문이다. 당연히 연금제도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복지개혁이 절실해진다. 결국 정년연장은 복지개혁의 출발일뿐이며, 그 복잡한 이해관계도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년연장은 대세요 지향이다. 곧 시작될 일이다. 거부·대항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제도자체는 맞고 좋다. 고령근로는 대세다.

단 제도도입과 별개로 실제현장에서의 적용여부가 관건이다. 제도와 현실이 따로 놀면 무의미하다. 당장 60세까지 일할 환경이 아니다. 일부만 빼고 50세 전후반이면 퇴직이 보통이다. 화이트칼라는 특히 취약하다. 임금피크제로 더 오래 일해도 소득증가가 기대이하면 별무효과다. 계약조건도 1년 단위 촉탁직일 확률이 높다. 2013년 도입이후 일본이 딱 그랬다. 대부분 일본기업은 정년연장 대신 재고용으로 흉내만 냈을 따름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정년연장은 수혜가 아닌 경고다. 해당되면 좋겠으나 극소수일뿐이다. 뒤집어 보면 더 허리띠를 졸라매란 메시지다. 오래 살 게 확실하고 연금까지 줄어들테니 알아서 준비하란 경고다.

연금급여를 줄이려니 늦게까지 일하도록 사전조정을 위해 정년연장이 부각됐다. 진실은 여기에 있다. 고용권을 쥔 기업반응도 마뜩찮다. 돈이 벌려야 사람을 뽑는 게 기본이다. 성장이 안 되고 일자리가 적은 판에 정년까지 늘리는 건 설득근거가 약하다. 물론 연령차별은 잘못됐다. 개혁대상이다. 그럼에도 개운찮은 게 현실이다. 연착륙과 묘책이 절실하다. 밀어부쳐본들 속빈 강정일 따름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scal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