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류현진 선수에게 배우는 협상의 기술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9-07-03 14:23 수정일 2019-07-03 14:24 발행일 2019-07-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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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소속의 메이저리거 류현진, 두번의 수술 후에도 맹활약하며 첫 올스타전 출격 목전에
감에 의존하던 이전과 달리 상대 타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올 시즌 13번의 선발 등판에서 2실점 이하, 1 볼넷 이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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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고작 7%. 수술 후 이전의 기량을 회복할 확률이 7%밖에 안된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무엇보다 간간히 휘몰아치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병이 자신의 의지를 가로막고 있다면 선뜻 7%의 확률에 투자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소속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타자인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의 극찬을 받으며 7%의 한계를 극복했다. 그는 올 시즌 16경기에 선발로 나와 9승 2패, 평균자책점 1.83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다승은 내셔널리그 공동 2위, 평균자책점은 MLB 전체 1위다. 그는 지난 1일(현지시간) MLB 사무국이 발표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류현진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수술 전까지만 해도 류현진은 전력분석팀의 자료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감’에 의존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전해주는 내용도 참고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수술을 받고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상대 타자에 대한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다. 구단의 전력분석팀에서 만들어주는 자료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상대 타자들의 영상을 구단에 요청해 면밀히 살펴보고 분석팀의 자료를 비교하며 상대 타자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했다.

류현진의 이러한 태도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갑’과 협상해야 하는 ‘을’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갑’을 이길 확률은 7%. 하지만 ‘을’은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갑’을 이겨야 한다. 하지만 ‘을’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없이 자신의 ‘감’을 믿고 늘 하던 대로 협상한다. 결국 실패한 후 갑질 때문에 실패했다고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에게 나무 한 그루를 베는 데 9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날카롭게 하는 데 6시간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협상으로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상대방도 그런 생각으로 테이블에 앉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협상의 유형은 경쟁형, 수용형, 타협형, 협력형, 회피형 5가지로 나눈다. 경쟁형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협조성이 낮은 유형으로 자기 자신의 관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우세하게 하려는 시도를 한다.

수용형은 자기주장이 약하고 협조성이 강한 유형으로 자신의 목표를 낮추고 상대방의 목표를 만족시키고자 시도한다. 타협형은 자기주장과 협조성을 모두 갖고 있는 유형으로 경쟁과 수용의 중도를 취한다. 협력형은 자기 자신과 상대방 모두의 이익을 중시하는 형이며 회피형은 타협의 여지를 찾으려 들지 않다가 나중에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협상에서 상대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야구보다 더 중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없이 이기기 위한 협상만을 고집한다. 진정한 승리는 상대를 내편으로 만들고 상대에 대한 만족감을 높였을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류현진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