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탁상행정 주류시장 규제에 영세 자영업자 골탕 먹는다

강길수 기자
입력일 2019-07-03 07:00 수정일 2019-07-03 09:46 발행일 2019-07-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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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업종별로 폐점률이 높기로는 주점이 일등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예로 들면 상위권 브랜드 대부분이 20%대를 웃돈다. 쉽게 말하면 연초 영업하던 가맹점 10개 중 2개가 연말까지 없어진다는 뜻이다. 대중적인 업종의 대표격인 치킨이나 커피점의 4배를 넘는 수치다. 한 가맹본부 대표 K씨는 “주점업은 보통 새벽 3~4시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체력이 고갈돼 2년 정도 장사하면 지쳐서 업종을 바꾸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필자의 후배 한명이 창업해서 장사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더니,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서울을 떠나 충남 천안에 자리를 잡아 집 근처 가게를 얻어 주점을 열었다. 오후 5시 가게로 나와 새벽 5시까지 부인과 둘이서 장사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에 건강이 나빠진 것은 물론이다. 어느 날 주점을 접고 의류 소매점으로 업종을 바꾸었다는 연락이 왔다. 결정적인 것은 한달 영업정지 처분 때문이었다. 남의 주민등록증을 들고 주점을 찾은 청소년 손님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였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비판에 직면하면 첫번째 대답이 인력부족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현장을 돌아다니며 시장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탁상행정은 이런 현실의 귀결이다. 최근 주류 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가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고시’ 개정을 한달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7월 1일부로 전격 시행하려다가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기한 연기한 ‘사태’가 일어났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주류 산업의 불건전 행위가 관행화된 배경은 원천적으로 주류도매업 면허제도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류 면허업 제도로 인해 출고가 기준 92조원 규모(2017년 기준)에 달하는 주류 시장에서 종합주류도매면허를 가진 1100여개 주류도매상들이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구시대적 행정이란 얘기다. 업체당 평균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보장하는 면허제가 독과점 시장을 만들고, 여기서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파생되었다는 설명이다. 리베이트를 없애려는 것은 주류시장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으며, 주류 제조업체와 주류 도매상의 배만 불리는 졸속 정책이라고 프랜차이즈 업계는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고시개정이 현실화 되면 주점뿐만 아니라 주류를 취급하는 치킨호프점, 고깃집 등 외식업소까지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들 점주는 “주류 제조사와 도매상들이 지원해온 주류 대여금과 냉동고, 파라솔 등이 끊어지면 골탕먹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이고, 박수치는 것은 주류 제조사와 도매상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저임금 인상에 이은 ‘제2의 자영업 구조조정 정책’이란 비난을 정부가 자초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