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미국 국익과 트럼프의 ‘경제쇼’ 행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19-06-30 13:05 수정일 2019-06-30 13:18 발행일 2019-07-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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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역대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다. 자신의 대통령 선거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다름 아닌 레이건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다. 두 사람의 닮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많은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같은 정당 소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이 지향하는 정책 또한 별로 다르지 않다. 레이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와 기업을 통한 번영을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삼았다. 힘이 준비되지 않은 평화는 거짓 평화라고 강조한 레이건 대통령은 결국 소련의 항복을 받아냈다. 미소 냉전을 끝내는 역사적 순간을 만들었고 동서독을 갈라놓은 베를린 장벽을 무너트렸다. 경제는 ‘기업을 통한 번영’이었다. 작은 정부를 통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했다. 미국 기업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노골적으로 강화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호무역을 이끌고 있는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대표 또한 레이건 행정부 출신이다. 무엇보다 두 대통령이 보이는 궁극적인 공통점은 철저한 ‘미국의 이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안보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가 경제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공동선언문에 ‘보호무역 반대’ 문구는 빠졌다. 최강대국인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는 힘의 논리다. 힘은 경제적인 능력으로 뒷받침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이미 전리품을 많이 챙긴 상태다. 중국의 주력 수출상품에 높은 관세를 매겼고 중국의 기술굴기로 평가받는 통신회사 ‘화웨이’ 제품에 치명적인 한방을 선사했다. G20 막바지에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전면 충돌보다 추후 협상 카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불씨는 가라앉지 않았다. 국익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에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임기 내내 보호무역, 무기수출, 방위비용을 거론하며 더 많은 미국의 이익을 챙기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경제쇼’의 본 모습이다.

한반도 평화에 미국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우리의 국익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보도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의 국가 경제에 대한 우려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6월 4~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6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향후 1년 후 국가 경제가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49%으로 ‘좋아질 것’란 예상보다 3배 이상 더 높았다. 경제는 심리다. ‘향후 1년간 실업자가 현재에 비해 어떨지’ 물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2%가 ‘증가할 것’으로 응답했다. ‘지금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은 고작 19%에 불과했다. 국가 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심리적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 LG, SK 등 주요 기업 총수를 만나 미국내 투자를 주문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재선을 위해 그리고 미국의 국익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를 향해 화려한 언변으로 ‘트럼프쇼’를 보여주고 있지만 종착역은 ‘미국의 이익’이다. 때로는 안보이슈와 뒤섞여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경제쇼’에 현혹되어 우리 국익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