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중국에서 살아남는 법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9-06-19 14:29 수정일 2019-06-19 14:30 발행일 2019-06-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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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중국은 여전히 한국기업에게는 큰 시장이자 큰 공장이다. 지정학적으로도 언제까지나 한국인들의 큰 앞마당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살아남느냐의 길은 중국의 시장과 공장을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을 뿐이다. 꼴아박기도 하지만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13년 20% 육박하던 것이 2018년 0.8%, 즉 0%대로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좁쌀’ 샤오미에 밀리더니 이제는 화웨이, 오포, 비포 등 벌떼 같이 몰려드는 중국기업들에게도 모두 맥없이 무너졌다.

더 딱한 것은 인도시장에서도 샤오미에 1등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는 현실이다. 2017년 1분기만해도 25.9%로 샤오미 13.1%를 2배 이상 앞선 당당한 1등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분기에 샤오미 31.1%, 삼성전자 26.2%로 완전 역전 당하고 말았다.

현대기아차도 주저앉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14년만 해도 현대차 6.5%, 기아차 4.4%로 합계 10.9%를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2018년 3.3%, 1.6%, 합계 4.9%로 4년만에 6%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사드 보복’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핑계를 대지만 그게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왜 주저앉았나? 2014년 8.9%로 고점을 찍은 뒤 2018년 7.6%로 4년 연속 뒷걸음쳤다.

사실 2014년 서울 한복판인 삼성동 한전 땅에 10조5500억원을 퍼부은 이래 완성차 회사로 가장 중요한 중국시장과 미국시장을 읽고 다듬는데 소홀했기 때문이 아닌가.

중국에 갈 때마다 오리온 초코파이 때문에 ‘정(情)’겹다. 이름도 초코파이(巧克力派, qiao ke li pai)가 아니라 중국인 기호에 맞춰 하오리유파이(好朋友派, hao li you pai)로 작명하는 노력에서부터 한국시장에서는 ‘정(情)’을 내세우지만 중국시장에서는 그들이 우선시하는 ‘인(仁)’과 붉은색 포장으로 1등 장수상품으로 등극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류인 K뷰티(K-Beauty)를 이끌고 있는 한국의 코스맥스란 회사가 있다. 코스맥스는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분야의 세계 1등 기업이다. 2014년까지는 이탈리아의 인터코스가 글로벌 1위 자리를 독식했다. 그런데 2015년 코스맥스가 그 자리를 빼앗았다. 2004년 중국에 진출해서 중국법인 코스맥스 차이나를 설립한 후 한류라는 말이 없을 때부터 K뷰티를 이끈 선구자다. 지난해 매출은 1조2597억원으로 2위 인터코스(8986억원)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양은 6억5000만개로 한국에서와 동일하다. 로레알, 유니레버, 존슨앤존슨 등 600여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며 CEO인 이경수 회장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1년에 30회 정도 해외출장을 소화하고 있다. 책임자가 각 시장의 세밀한 변화를 늘 접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마음을 세밀하게 읽는 게 경영의 첫걸음이자 마지막 장단이 아닐 수 없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