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韓경제 성적표…내수·수출 진작 시급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19-06-09 14:32 수정일 2019-06-09 17:22 발행일 2019-06-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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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부진에 경상수지 7년만에 적자<YONHAP NO-4206>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외의존도 하락에는 명암이 공존한다. 먼저 해외에 더이상 기대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밝은 측면이다. 대외의존도는 국민총소득(GNI)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의 하락은 GNI에서 수출입이 미치는 영향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나홀로 살아남기’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대외의존도 하락은 장밋빛 현상이 아니다.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입이 더욱 줄면서 나타난 것이다. 해외 요인에서 한층 자유로워진 게 아니라, 글로벌 경기가 악화하면서 우리 교역이 더 많이 감소한 탓이다. 다시 말해 해외 의존 심화에 따른 악영향이 대외의존도 하락으로 불거졌다는 의미다.

대외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내수를 보자. 명목 기준 올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5% 감소했다. 그나마 정부가 1.0% 성장하면서 소비지출을 뒷받침했다. 민간소비가 활력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가 소비를 떠받쳤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최악이다.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이 투자를 꺼리면서 고용 여건이 악화하자 가계의 소득은 개선되지 못했다. 결국 가계는 빚을 내 소비를 지탱했다. 이런 ‘돌려막기’는 언젠가 터진다. 정부는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게 재정을 투입해 시간을 늦추는 상황이다.

수출과 내수, 한국경제의 두 축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결국 단기적으로라도 재정이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경제를 지탱한 수출마저 반등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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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무역전쟁이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너무 악영향을 줬고, 한국은 반도체 2년 호황마저 끝났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반도체 업황을 근거로 하반기에 경기가 개선한다는데, 반등 신호가 약하다. 투자와 소비도 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특히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일부 국내 기업이 시장수요를 흡수하는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국내 수출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낸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추가적인 경기 활성화를 위한 상당한 재정적 여력을 갖고 있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재정을 통한 부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재정전략회의 이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 돌파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공방이 있었다.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은 여야 대치로 처리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더불어 규제완화, 자본조달 등을 통해 민간 일자리 창출, 소비진작 등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 인하도 중요한 정책 조합이다.

정부도 경제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졌다는 데 경제전문가들과 인식을 같이하고 하반기 경기 보강을 위해 대규모 기업 투자프로젝트 지원과 소비·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등을 검토키로 했다.

또 추락하고 있는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 수출기업들에 무역금융 235조원을 확대 공급하고 상반기 중 수출마케팅 예산 60%를 집행할 계획이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