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대한민국 국회를 고발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19-05-30 13:49 수정일 2019-05-30 14:51 발행일 2019-05-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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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시장이나 마트에서 저녁 찬거리를 몇 개 사지도 않았는데 몇 만원은 훌쭉 넘어 간다.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며 쇼핑을 했던 것이 언제인지 모를 지경이다.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체감하는 국민 지갑은 더 얄팍해졌다.

세계 유수의 경제 분석 기관이 내놓은 한국의 경제 지표는 오르막길이 아니라 내리막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 2.6%를 2.4%로 수정했다. 믿었던 반도체와 수출마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 대비 0.3% 마이너스 성장으로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지만 정작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경제성장률뿐만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은 더 뒷걸음쳤다.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스위스에 위치한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3개국 중 28위였다.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이 아니라 중위권 성적이다. 우리가 원전 수출을 하고 있는 UAE(아랍에미리트)는 국가 경쟁력 순위가 5위다. 원전 기술은 몰라도 국가 운영은 우리가 배워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절체절명의 위기다.

나라는 위기인데 정치권은 태평이다. 물론 말로는 민생 운운하며 정치적 수사를 쏟아내지만 보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무책임의 끝판왕이다. 국민들은 직접 정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 선수들을 국회로 보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국가 대표 선수들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최선을 다하는데 국회의원들은 딴 판이다. 세비라고 불리는 의원들의 급여는 1억이 넘는다. 민간 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려면 남다른 능력과 책임을 갖추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혜택은 급여에 그치지 않는다. 45평 남짓의 사무실에 7명의 보좌직원, 각종 수당과 활동비를 지원받는다. 10평도 되지 않는 가게 임대료를 내지 못해 문을 닫는 가게가 주변에 수두룩하다. 민간 기업에서 국회의원 정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밤낮 없이 일해야 가능할 수준이다. 그런데 고액 연봉자로 구성된 국회는 몇 개월을 정쟁으로 허비하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간 통화 유출 건으로 격돌하며 민생은 제대로 토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만찬 관련 정쟁으로 5월 국회마저 물 건너갔다. 하지만 고액의 월급은 통장에 고스란히 들어왔을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7~19일 실시한 조사(전국1048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 응답률6.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해야 하는지’ 물어본 결과 10명 중 8명 정도(80.2%)가 찬성의견으로 나타났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만 봐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데 받을 돈은 다 챙겼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국민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는 행동만 남았다. 대한민국 국회를 고발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