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살 길

이민환 인하대 교수
입력일 2019-05-29 14:46 수정일 2019-05-29 14:47 발행일 2019-05-30 23면
인쇄아이콘
ㅇ
이민환 인하대 교수

며칠 전 발표된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심사결과,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 두 곳 모두 불허됐다. 심사를 담당했던 외부평가위원회는 키움뱅크에 대해서는 사업의 혁신성이 부족하며, 토스뱅크에 대해서는 대주주의 출자능력을 신뢰할 수 없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진출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런 냉정한 평가는 영업을 개시한지 2년이 지난 인터넷전문은행이 확실한 자리매김에 실패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저렴한 수수료와 신속성, 편리성을 내세운 카카오은행과 달리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은 케이뱅크는 대주주 논란에 건전성마저 악화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했던 미국 등에서 초기 의욕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파산상태에 처하면서 결국 기존 거래고객이나 사업기반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러면 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의 Chime은행은 해외송금, 현금인출 등 고객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Chime은행 직불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결제수수료를 비자로부터 1.5% 징수한다. 오로지 결제에만 특화함으로써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의 JapanNet은행도 역시 결제수요에 집중하고 낮은 수수료를 통해 기존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는 고객의 자산관리에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일본의 소니은행은 인터넷을 활용해 외화예금, 투자신탁, 각종 대출 등 개인의 자산운용 전반에 걸친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장래에는 소니금융지주회사의 소니생명, 소니손해보험과 제휴해 시너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셋째는 기존고객을 활용해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매업에 기반을 둔 영국의 Tesco은행과 일본의 이온은행을 들 수 있다. 기존 슈퍼마켓 등을 통해 확보한 고객에게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회사의 업무노하우를 살린 특정분야에 특화된 비즈니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일본 오릭스은행은 모회사인 오릭스가 리스업, 부동산임대업 등에 특화된 회사다. 따라서 오릭스은행은 부동산관련 대출에 특화된 업무만을 취급한다.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특화함으로써 실패의 가능성을 줄인 것.

이미 수많은 전 세계 인터넷전문은행이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결국 지금 살아남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나름대로 과거의 교훈을 토대로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갖춘 은행들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어떠한가. 독자적인 수익모델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나. 당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신청자들을 평가했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진출이 좌절된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인터넷전문은행의 허용목적을 되새겨 볼 좋은 기회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에 더해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해 기존 대형은행의 위협이 되고 있는 미국, 영국의 사례는 부럽기만 하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