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친기업·친투자 정책 시급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9-04-01 15:14 수정일 2019-04-01 15:14 발행일 2019-04-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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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한국 경제 위기론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은 4개월째 감소 추세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선행 지수는 8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노인 일자리 양산 덕분에 2월 취업자는 26만 3000명 늘어났지만 30~40대 일자리는 24만명 줄었다. 제조업도 15만명 줄어 수개월째 고용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금년 성장률이 2.1%로 급락해 주요국 중 최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한국 기업들 신용도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 여건도 녹녹치 않다. 소위 ‘R(경기침체)의 공포’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12년만에 역전되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소득 주도 성장의 후유증이 심화되고 있다. 2년간 29%나 급등한 최저임금 여파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폐업이 대폭 증가했다. 작년 12월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77% 급증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IT, 바이오 등 주요 산업이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에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실업급여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소득 주도 성장으로 건전재정의 틀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친기업, 친투자 정책으로 기업의 사기를 진작해야 한다. 최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개최되었다. 17억달러를 투입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주 정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공무원의 헌신적인 협조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4년간 표류된 평택 반도체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한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을 위해 750억원의 급행료를 지불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LG화학은 전남 나주에 첨단 소재 연구소를 지으려 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되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의 역동성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기득권 걷어내고 파격적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력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 전기료가 오르면 기업의 추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법인세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원가상승 요인도 상당하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노동생산성 둔화에 따라 고용과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 구조조정, 서비스산업 활성화 및 시장개방 같은 친시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고용시장의 유연화가 시급하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외국인 노동자를 34만명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과감한 정책 전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에 처한 제조업의 활력을 살리는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급등을 경쟁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의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 서울대 김대일, 이정민 교수는 작년 고용감소분의 27%는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저임금을 못주어 법을 어긴 업체도 47% 증가했다.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