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탄소 발자국을 줄여라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입력일 2019-03-21 14:49 수정일 2019-03-21 14:51 발행일 2019-03-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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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아침이 되면 문밖을 먼저 내다보는 일이 습관이 됐다. 오늘은 미세 먼지가 없는지부터 알아보는 지경이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아야 할 운동장에는 한 사람도 없다. 길가는 사람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국가에 산다는 것도 창피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것인지 기약도 없다.

전국의 초중고교에 공기청정기를 놓겠다는 대책은 미봉책이다. 우리와 2세들의 자유로운 외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세먼지는 자유롭게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두 서넛만 모이면 중국발 먼지가 어떻고, 북한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된다는 말에서부터 자동차와 석탄, 화력발전소 그리고 철강공장의 미세먼지도 만만치 않다는 말들만 무성하다.

먼지는 국경도 없고 이동 방향도 일정치 않다. 어찌 보면 ‘리버티 더스트’(Liberty Dust)라고 불러야 한다. 자유라는 말의 의미를 함부로 해석할 일은 아닐 것인데 먼지의 폐해가 얼마나 크면 먼지에다가 자유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겠는가.

미국의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는 버지니아 식민지 의회에서 “자유(Liberty)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부르짖었다. 그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먼지 때문에 인간의 기본권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은 재앙이다. 이 재앙은 성장의 역습이며, 예고된 순서이다.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할 것인지 순서를 따질 것도 없다. 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근래에 ‘리버티’라는 이름을 가진 철강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의 리버티 하우스사(社)이다. 이 회사의 굽타 회장은 ‘그린스틸’ 전략을 펼쳤다. 자국 내에 축적된 철 스크랩과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했다. 에너지와 원료에서부터 엔지니어링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공급 사슬을 통해 ‘탄소발자국’을 감소시키는 방식이다. 마진 좋은 고철은 수출하고, 값싼 화석원료를 수입해서 철강재를 생산하던 과거의 방식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린스틸’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리버티 하우스는 철강 왕 미탈이 내놓은 유럽의 철강공장들을 차례로 먹어 치웠다. 2013년부터는 영국의 부실기업도 잇따라 인수했다. 리버티 하우스는 철광석보다 철 스크랩의 자급화가 친환경에 더 긍정적임을 일러준다. 1인당 철강 사용량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철을 자급하지 못하고 있다.

기전산업(인천 남동공단)을 방문해 보면 친환경산업의 중요성에 눈뜨게 된다. 폐차된 자동차 한 대를 킬로틴셰어로 자르고 최종 공정에서 가루 모양의 작은 고철과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그리고 동전까지 분리한다. 이것을 원통형의 스크랩 재생에너지로 만들어 제강공장에 납품한다. 이 회사의 설비는 시간당 60~70t의 철 스크랩을 가공하는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재생에너지는 분진을 최소화하고, 신속히 쇳물로 만드는 에너지 효율로 나타난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로 수입된 고철은 약 645만t이다. 반면, 국내 고철도 46만t이나 수출됐다. 고철이 모자란데 수출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가끔 수입된 고철더미에서 생활쓰레기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한다. 분진을 막기 위해 하루 종일 물을 뿌려대지만 완벽한 대책은 아니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을 국가재난의 날로 선정했다. 중국과 협력 방안도 내놓고 있다. 누가 미세먼지 발생 주범이냐고 묻기 이전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과정을 살필 일이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