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패션마스크, 너 마저도… 패션디자인 분쟁의 끝은?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9-03-06 15:07 수정일 2019-03-06 15:08 발행일 2019-03-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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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누가 ‘안개도시’ 베이징에 돌을 던지랴. 무시무시한 미세먼지는 서울 하늘 뿐 아니라 우리나라 패션산업마저 뿌옇게 덮어버리고 있다. 중견기업 한세실업의 자회사인 한세MK가 지난 2016년 출시한 모자에 신생 브랜드 듀카이프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한세MK의 브랜드 NBA 마스크 모자는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환경을 반영했다. 마스크를 모자에 쉽게 걸 수 있도록 모자 양측에 마스크 걸림 장치를 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이에 듀카이프는 그 전에 출시한 마스크 모자 판매량이 한세MK 때문에 10%쯤 급감한 현상을 두고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세MK 측은 모자에 마스크를 거치할 수 있는 형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실용신안·특허가 출원돼 기등록돼 있으니 표절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국내 패션시장의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44조3216억원에 이르지만 막상 패션산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은 사각지대에 있다. 디자인이나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 침해 분쟁만이 아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공정거래분쟁, 소비자나 패션기업 내 근로자 분쟁까지 시끄럽다. 그렇다면 패션산업의 선진화 및 안정화 여부는 사전에 분쟁을 얼마나 많이 방지하느냐 보다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분쟁의 해결 체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갖추어졌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전통적인 분쟁해결방식인 법원의 소송절차는 지나치게 지체되고 전문성, 경제성이 떨어진다.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패션디자인 분쟁을 법원의 소송절차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우 소제기 시점부터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에 패션처럼 트렌드에 민감하고 상품 주기가 빠른 아이템의 경우 판결이 선고될 즈음에는 이미 다른 유행이 도래해 있다. 결국 해당 제품의 상품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효과적인 구제절차가 진행되지 못한다. 미세먼지 등 신기술과 관련된 패션제품의 주기는 더 빠를 것이다.

이처럼 법원 소송절차가 패션산업 분쟁에 적합하지 않으니 저비용과 고효율성으로 해결하는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ADR)가 필요하다. 전문가 집단에 의한 단심 절차로 신속·저렴하게 종료하는 중재절차의 효율성을 주목해야 한다. 2016년부터 대한상사중재원에서는 패션산업의 중재 활성화를 위해 패션디자이너연합회와 제휴해 세미나 및 각종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재 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 및 분쟁 해결에 대한 타성 등 때문에 유명무실한 상태다. 중재절차 및 중재판정이 강제성, 최종적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분쟁 당사자들은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재절차에 앞서 우선 조정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다소 폐쇄적으로까지 비쳐질 수 있는 패션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법률전문가 등 제3자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중재제도 이전에 패션산업 내부 전문가들의 개입 비중을 높힌 자체적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 따라서 대한상사중재원이 후견 역할을 수행하고 패션협회, 패션디자이너연합회 등 패션단체의 주도 하에 패션산업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조정 제도를 조기 정착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범람하는 시대라면 그 타이밍은 더 빨라야 할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