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안전 무방비' 노후건물 대책 급하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입력일 2019-02-27 14:50 수정일 2019-02-27 14:55 발행일 2019-0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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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본부장

얼마전 대구 사우나 화재로 3명의 아까운 생명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가 난 건물은 준공허가를 받은지 40년된 노후 건축물로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설비도 갖추고 있지 않았고, 노후화된 전선 등이 화재를 키웠다. 결국 이번 사건도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다. 지난해에도 서울의 용산 상가 건물 붕괴사고, 강남구 오피스텔 기둥 균열사고 등 노후 건축물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노후 건축물 실태조사와 함께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후 건축물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보다 철저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노후 건축물 실태를 보면, 2018년말 기준으로 전국 건축물 중 준공된지 30년 이상된 건축물이 전체의 37.1%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30년 이상된 건축물의 비율은 40%를 넘었다.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물의 노후화는 더욱 심각하다. 전국에서 30년 이상된 건축물 중 용도별로는 주거용 건축물이 수도권의 경우는 32.8%, 지방은 50.9%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노후 건축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이 없다. 노후 건축물은 항상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또한, 대구 사우나 화재처럼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전기, 기계설비 등 각종 설비들이 노후화됨에 따라 화재의 위험도 항상 안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진성능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지진이 나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노후 인프라에 대한 관리 및 투자를 위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각각의 시설물 별로 관련된 법 개정 작업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후 인프라에 대한 유지관리 논의만 진행되고 있을 뿐 사전적인 안전 확보를 위한 성능개선 투자에 대한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제 노후 건축물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 관공서 등 공공 건축물이나 아파트, 단독주택 등 주거시설, 상·하수도 등 환경시설 등의 노후화 문제는 지역민들의 생활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필요로 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등 시설물 관리주체의 역할 분담도 체계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노후 건축물에 대한 정비와 성능개선을 위한 투자에 있어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기준의 마련과 투자의 방식도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후 건축물에 대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점검하고 노후화된 시설물에 대하여 조치를 취하는 기술적, 관리적 입장의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시설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시설물의 이용의 불편 해소와 위험요인의 사전적인 해소라는 관점에서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노후 건축물의 안전 위협은 오랜된 문제다. 그러나, 현재의 노후 건축물 실태를 볼 때, 앞으로는 그 위협의 속도가 매우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노후 건축물의 안전 확보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