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3.1절과 군대 갔다 온 대기업 총수 이야기

류원근 기자
입력일 2019-02-27 11:29 수정일 2019-02-27 11:29 발행일 2019-02-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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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해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추진한다. 그 중 오는 3월 1일부터 국군 장병들이 평소 전투복 어깨에 부착하는 태극기 색상이 위장색에서 원색으로 변경된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군 복무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굉장히 민감한 이슈이다. 대한민국 국적의 남자는 헌법과 병역법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병역에 복무할 의무를 진다.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겨 병역 비리로 적발된 이들에 관한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의 원성이 커져만 간다.

가수로 한 때 큰 인기를 누렸던 한 연예인은 병역 기피로 입국 금지를 당해 현재까지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군에 입대해 대한민국 남자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던 건실한 청년 이미지에서 입대를 석 달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면제를 받은 부도덕한 이미지로 전락한 것이다.

최근까지도 용서를 빌고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그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연예인만이 문제는 아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우리나라 기업인과 정치인들의 병역 면제율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가문 자제들의 군대 면제율이 73%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반대로 군대 이야기가 나와도 떳떳한 기업들도 있다. 병역 의무에 충실히 임하며 ‘노블리스오블리주’를 실천한 기업 총수들도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부터 고 (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 현대가 총수들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기업 총수로서는 드물게 육군 현역으로 최전방에서 복무한 바 있다. 1970년 미국 유학 중 군 입대를 위해 귀국한 뒤 비무장지대 수색중대에서 복무를 했으며, 약 1년 여간 베트남전 파병 근무 후 병장 만기 전역했다. 조 회장은 겨울이면 제설 작업에 고생하는 장병들을 위해 제설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실제 강원도 전방에서 근무한 본인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이라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 군대.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모인 조찬모임에서 ‘나는 말이야~, 최전방에서~’로 시작하는 군 무용담을 열변을 토하며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은 언제쯤이나 실현될 수 있을까.

석연치 않은 사유들로 병역을 면제받은 많은 사람들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국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물심양면으로 호국보훈사업을 지원하기를 바란다. 홍영기 (54·경기도 안양·육군 중위 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