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韓핀테크, 싱가포르서 배워라

이민환 인하대 교수
입력일 2019-02-25 15:17 수정일 2019-02-25 15:18 발행일 2019-0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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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교수(사이즈조절)
이민환 인하대 교수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핀테크 산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딜로이트의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핀테크하기 좋은 허브’로 선정되며 아시아에서 명실상부한 핀테크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정도 크기에 인구 560만명 싱가포르가 핀테크 산업의 아시아 중심이 됐는가.

여기서는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른지 3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관료의 사고방식이다. 금융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은 핀테크 산업이 영국 등에 뒤쳐진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민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규제샌드박스를 아시아에서 가장 일찍 도입했다.

싱가포르 관료의 특징은 관료들이 기업의 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을 유치하고 그들의 불편을 듣고 이를 해결해주는 카운슬러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규제만 유지하고 있으며 이 또한 간접규제 중심이다.

반면 우리나라 관료의 무사안일주의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실제 규제당국이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제시된 방향도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구체적인 기업의 목소리가 담겨있는지 의문이다. 또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해도 그 진행과정이 더뎌 이런 상황에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둘째, 금융기관들의 무사안일주의적 태도이다.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핀테크 페스티벌에는 전 세계로 유수 금융기관이 이름을 걸고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페스티벌에 참가한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한군데도 없다. 결국 변화를 두려워하는 금융기관의 이런 태도가 현실안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들어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고 있으나 아세안시장을 겨낭해 금융허브에 직접 진출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과 비할 바가 아니다. 핀테크 산업이 핵심성장 동력인데도, 아세안시장에 진출해서도 여전히 예대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도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는 6억명 아세안시장의 허브로, 핀테크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들이 영입되고 있고 금융이 뒷받침하는 선순환구조가 확립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 짐 로저스는 공시족을 보면서 “이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명문대 의대를 보내기 위한 학부모와 입시코디네이터를 주제로 최근 인기를 얻은 ‘SKY캐슬’까지는 예를 들지 않더라도 입시성적에서 지방대 의대가 서울대 공대를 앞지른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취업준비생 대다수가 공무원·공기업·대기업을 지망하는 현실에서는 핀테크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모일 수 없다. 이러한 인재의 차이가 결국 싱가포르를 금융선진국으로 우리나라를 금융후진국으로 만든 것이다. 결국 현실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비관할 게 아니라 기업과 인재 스스로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망설이지 말고 금융선진국에 진출해야 한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며 이것만이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의 살 길이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