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어른' 부재의 현실이 낳은 스카이캐슬 신드롬

김정실 인천논곡초등학교 교사
입력일 2019-02-14 16:38 수정일 2019-02-15 09:33 발행일 2019-02-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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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주의 경쟁이 아이들을 암울한 미래로 몰아가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진정한 '어른'이 필요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에서 '참어른' 읽어
김정실 인천논곡초등학교 교사
김정실 인천논곡초등학교 교사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스카이 캐슬 신드롬’을 낳으며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입시’, ‘경쟁’, ‘교육’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취는 무엇이고, 성공한 인생은 무엇이며, 진정 우리가 몸부림치며 치닫고 있는 경쟁은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에 대한 가슴 아픈 화두를 던져주었다.

사회에 만연한 서열주의 경쟁이 우리를 그리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로워지기는 힘든 현실이지만 이러한 현실 속으로 몰려가는 상황이 우리 모두에게 미칠 결과를 상상해 볼 때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이러한 경쟁의 최일선에 서 있는 우리 자녀들의 현실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우리 시대는 어른이 사라진 시대라고 말한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이 귀해졌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캄캄한 진도 바다 속에 수장된 것도, 학생들이 입시 경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자신의 꿈과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어른들의 책임이고 보면 어른의 역할을 하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현실인가?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명문대 입학 여부가, 좋은 회사에 취업이라는 표피적인 성취가 성공적인 자녀양육의 결과이고, 이것만이 행복한 미래를 담보한다는 어른들의 강박적인 생각이 우리 자녀들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얼마나 강팍하게 만드는지 깨달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 삶에 분명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어른의 부재에 대한 현실을 바라보며 교사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부모자녀관계에 대한 연구 서적을 살펴보던 중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했던 책 한 권을 다시금 펼쳐보게 되었다. 식민지 시대와 한국 전쟁을 몸소 겪고, 전후의 피폐한 삶 속에서도 정직하게 삶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온 한 무명의 농부인 아버지의 삶의 일화가 담긴 이 책은 이 시대 부모들에게,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큼의 살아있는 감동과 가르침을 준다.

한국토착심리 부모자녀관계를 평생 연구한 학자인 이 책의 저자 박영신 교수(인하대 교육학과)는 “한국인의 부모관계를 몇 십 년 동안이나 과학적 학문으로 검증하고 연구해 왔지만, 아버지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더욱 진한 감동임을 깨달았다”며, 신산한 생을 살아온 아버지가 들려주는 인생의 지혜와 삶의 가치를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라는 책에 담았다.

더 많이 가지려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 시대를 떠올리면, 저자가 오늘에 되살려놓은 아버지의 삶은 진지하게 곱씹어 봐야할 어른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인생의 고비를 이겨냈던 절박했던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감동으로 깨닫게 한다.

얼마나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와 경제력을 지녔느냐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우리 시대, 평범한 농부로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한평생 온몸으로 보여준 아버지의 삶의 여정과 그 정신은 자식의 맘속에 절절히 살아 역사하며 이 시대 진정한 마음의 소리울림으로 다가선다.

삶의 가치관과 방향성이 어그러져가고 있는 작금의 시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일에 사활을 건 어른이 아닌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진정한 어른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어른을 가슴으로 만나야 한다.

김정실(인천논곡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