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늙어가는 삶, 익어가는 삶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19-02-18 14:58 수정일 2019-02-18 14:59 발행일 2019-0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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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50~60대에게 널리 알려진 ‘바램’이라는 노래가 있다. 바쁘게 살아온 인생길에 욕심을 내려놓고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자는 가사가 마치 은퇴자의 심경을 대변한다. 평생을 가족과 직장을 위해 헌신하고 퇴역하는 은퇴자의 애환과 외로움이 노사연의 애잔한 멜로디와 더해져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진한 감동을 자아내며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는 화두를 넌지시 던진다. 이 노래가 귀띔하는 인생 2막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의 황무지에서 초고속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전후좌우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았다. 경쟁에서 뒤처질까 두려워 남의 눈치만 보며 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너무 많이 잃었다. 일 밖에 몰라 자신을 가꾸는 데도 소홀했고, 건강도 많이 잃었다. 집에선 돈 버는 기계로 인식되었다. 오로지 돈 벌고, 출세하는 욕망 위주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은퇴 후에는 속도나 남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삶, 자기가 행복한 삶으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둘째,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이다.

은퇴하게 되면 시간 부자가 된다. 관계나 시간 관리를 잘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향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배우자, 자녀, 친구와의 관계가 행복을 좌우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경청, 공감, 칭찬과 타인을 배려하는 존중, 이해, 격려의 소통 기법이 중요하다. 노래 가사에서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주고,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는 말만 해줘도 사막을 꽃길로 생각한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베이비붐 세대는 소통에 특히 취약하다. 사회가 급속도로 변하고 가족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적응을 못 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관련 교육을 수강하는 등 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소원해진 가족관계도 복원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 못 한 오랜 친구도 만나보자.

셋째, 늙어가는 삶이 아닌, 익어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늙어가는 사람은 세월이 가니, 그냥 늙는구나 자인하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익어가는 사람은 젊어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끊임없는 배움을 통하여 성장과 성숙을 멈추지 않는다. 상대에게 이해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 소통도 잘된다. 톨스토이는 ‘성장이란 끊임없는 성찰과 학습을 통해 어제보다 더 나은 최선의 자신을 만들어 자기완성에 도달하는 과정’이라 하였다. 은퇴 이후 3기 인생은 2차 성장을 통하여 자기실현을 추구해 나가는 시기이다. 연세대 김형석 교수는 “나이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으며, 75세까지는 성장할 수 있다.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한계가 없다”고 하였다.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인데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젊은 노인이 많음을 아쉬워하였다. 평생학습의 정신인 ‘Back to the school’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성장하고 성숙되어가는 삶이 익어가는 삶이다.

노래는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은 그대뿐’이라는 클라이맥스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언급한 그대는 누구일까? 대부분 배우자, 연인, 친구로 지칭하겠지만, 필자는 달리 생각해 보았다. 그간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었던 자기 자신은 아닐까?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