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OTT의 시대적 흐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9-02-07 14:58 수정일 2019-02-08 11:37 발행일 2019-0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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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등 유행어를 낳으며 대한민국 사교육의 부조리를 다룬 화제작 ‘SKY캐슬’, 이병헌의 연기가 눈부셨던 시대극 ‘미스터 선샤인’. 인기 드라마들의 열풍은 단순히 종합편성채널이 총력을 기울여 제작한 인기 드라마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동영상 스트리밍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의 글로벌 대표주자 넷플릭스가 거액을 투자하고 해외까지 유통하는 드라마들이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배가되는 것이다. 

OTT업체는 그 거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금력과 노하우를 결합해 드라마의 유통 뿐 아니라 투자·제작 등 다각적,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한 스트리밍 선두주자 넷플릭스를 대항해 콘텐츠의 독보적 강자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라는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를 준비하며 넷플릭스에서 자사 콘텐츠 서비스를 철회했다. 
강력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아마존마저 프라임 비디오를 준비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업계는 2019년 무한경쟁의 풍랑에 휩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업계의 5G 상용화 바람을 타고 SK텔레콤이 국내 지상파OTT ‘푹’ 등과 제휴하면서 토종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를 전격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모 국회의원이 발의한 통합방송법은 넷플릭스, 유투브 등 해외 사업자의 독주를 겨냥했다. 규제 대상이 되는 방송의 범위를 스트리밍업체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은 실시간 방송을 하지 않으므로 기껏해야 신고사업자로서의 형식적 규제에 그칠 전망이다. 
오히려 옥수수 등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등록사업자로서의 역차별 족쇄로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콘텐츠 내용, 사업 및 서비스 제공형태가 경쟁구도,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규제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모바일 스트리밍으로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과 세계적 추세에 얼마나 타당할지 심히 의문스럽다. 
단순히 법적·정책적 규제만으로 해외 사업자를 압박하면서 국내업체를 보호하는 시대는 지났다. 콘텐츠업계와 통신사업자들은 스트리밍이라는 큰 흐름을 읽어야 한다. 2016년 초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할 당시만 하더라도 IPTV나 케이블채널의 지배력이 막대한 국내시장에 미국 콘텐츠 위주로 접근했던 넷플릭스의 파급력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TV보다는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와 예능 등을 적극 유통 및 자체 투자를 하는가 하면 ‘킹덤’ 등 오리지널 제작까지 나서면서 가입자는 4배 이상 증가했다.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던진 디즈니, 아마존 뿐 아니라 최근 AT&T, 애플 등 거대한 글로벌 IT기업들까지 콘텐츠 생태계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스트리밍 혈투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IT 및 콘텐츠기업들의 전략은 더욱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다행히도 국내 IT업체들이 콘텐츠 역량의 강화를 위해 가상현실 등 신기술을 결합한 콘텐츠를 시도하거나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제휴의 범위를 무한 확대하는 등 글로벌 OTT 전쟁 속에서 벼랑 끝 전술을 써서라도 반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예로부터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글로벌 OTT의 범람은 국내 콘텐츠업체, 통신플랫폼에게 오히려 기회인 것이다.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진출하는 전략적 제휴도 가능하다. 호랑이와 맞서기 보다 호랑이의 등을 타고 달리는 지혜가 ‘전적으로’ 필요한 때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