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SKY캐슬 속 '수요의 법칙'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9-01-30 15:11 수정일 2019-01-30 15:13 발행일 2019-01-31 19면
인쇄아이콘
20181227010009211_1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인간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찾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한다는 가정은 경제학을 떠받치는 기본 전제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감소한다’는 유명한 신고전학파의 창시자인 마샬의 수요법칙이 그것이다. 즉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격이 높고 낮음에 따라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매자를 움직이는 또 다른 가격이 있다. 상위 1%를 위한 차, 유럽 왕실이 사랑한 시계,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가방. 이것은 단순한 차와 시계, 가방이 아니다. 상상 이상의 가격임에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최근 세계 럭셔리 시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 세계 럭셔리 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449억달러(약 50조3688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시계, 가방, 의류 등 럭셔리 상품군 전체 성장률인 4%보다 높은 것으로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은 중산층의 소득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 중 75%가 럭셔리 화장품군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화장품 가격이 비쌀수록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쉽게 매료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현상을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이 주장한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베블런 효과는 금수저 소비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소비형태로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다. 흙수저는 도저히 흉내 낼 수조차 없는 값비싼 귀금속이나 가전제품, 고급 자동차, 명품 가방을 소비하면서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채운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차별화시키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든다. 결국 럭셔리한 구매 활동은 그들만의 엄청난 울타리로 작용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내 대학생들 사이에 명품 소비 열풍이 일면서 일명 명품족으로 불리는 럭셔리제너레이션이 탄생했다. 더불어 2000년대 이후에는 극소수의 상류층 고객만을 상대로 벌이는 마케팅전략인 VVIP마케팅도 등장했다. 비록 세끼를 라면으로 먹을지언정 명품 가방은 꼭 사고 말겠다는 심상이다.

경제상황이 이러하니 금수저는 명품소비를 더욱 늘리고 그들만의 울타리를 형성하며 흙수저간의 격차를 보란 듯이 벌인다. 문제는 흙수저인 누군가는 그들처럼 되기 위해 매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리그에 편승되기 위해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산업의 변화가 수저론을, 계층간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상위 0.1% 상류층 사람들을 풍자한 드라마 ‘SKY캐슬’이 시청률 20%를 훌쩍 넘어서는 것 또한 그들의 삶에 공감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 또한 그렇게 하고 싶은 욕망을 투영시킨 것은 아닐까. 돈도 배경도 변변찮아 기댈 데 없는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후대까지 그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고 돈 많고 능력 있는 부모 밑에서 금수저로 자라난 사람은 대대손손 금수저 지위를 이어갈 수 있다면 건강한 사회가 아님에도 말이다.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